최근 작곡가 박문영씨가 자신의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무단으로 개작해 방송했다며 MBC TV '무한도전' 제작진과 MBC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고소했다. 박씨는 지난 달 21일 "수많은 사람이 보는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3회에 걸쳐 제 노래를 자의적으로 변조해 방송,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노래를 '변용'하거나 '편곡'을 해 방송하게 되면 원저작자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 이를 '저작인격권'이라 한다. 때문에 선거에서 특정 가요의 가사 일부를 바꿔 '캠페인 곡'으로 쓸 경우에는 작사가의 허락을 먼저 받는 게 관례다.
'무한도전'측은 작사가로부터 사전 양해를 받지 않았지만, MBC 법무저작권부에서는 "문제없다"는 입장. 저작권부 관계자는 "가사의 일부를 바꾼 게 아니라 전체를 새로 붙였기 때문에 작사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패러디 측면에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결국 법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논란의 소지는 마찬가지다. 익숙한 노래의 가사를 독특하게 바꿔 부르는 것은 요즘 지상파 TV 오락 프로그램의 트렌드. 그런데 이런 개사는 대부분 원래 가사를 쓴 사람의 허락 없이 이뤄지고 있다.
8일 밤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도전 암기송'. 유재석, 박명수 등 연예인들이 사우나에 갇혀 땀 줄줄 흘려가며 부르는 노래는 '남편의 건강을 지키는 음식'이 주제. 그런데 선율이 익숙하다. 편승엽의 히트곡 '찬찬찬'에서 가사만 바꿨기 때문. 이 노래는 "따뜻한 된장찌개, 푸른 고등어, 담배 연기에 굳어가는, 남편의 폐를 살린다"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바다에 누워', '빈대떡 신사' 등의 노래를 '변비 탈출', '효과적인 냄새 제거 방법'에 관한 노래로 바꿔 불렀다. '찬찬찬'의 작사가 김병걸씨는 "제 노래가 그런 식으로 방송됐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해피투게더' 김광수 PD는 "방송사에서 저작권협회에 일괄적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기 위해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방송 제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임학연 방송팀장은 "협회는 저작권자들에게 방송사측이 지불한 노래 사용료를 기준에 따라 분배하는 과정을 대행할 뿐"이라며 "가사를 바꿔 부르는 것은 저작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전에 저작자의 동의를 받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