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29)이 지구를 떠났다. 그녀는 지금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직함으로 우주를 떠돌고 있다. '은하철도 999' 타고 엄마 찾아 떠난 '철이'의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언젠가는 한국 우주선으로 우리를 우주로 날라줄 희망을 위해 갔다.

그녀의 우주 생활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수면이 문제다. 거기에는 하루에 해가 16번 뜬다. 우주정거장이 지구 주변을 90분마다 한번씩 돌기 때문이다. 24시간 동안 낮과 밤이 16번 반복되는 셈이다.

우리가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자는 것은 뇌 속의 생체 시계 때문이다. 아침 햇빛이 시각을 자극해 생체 시계를 깨워 우리를 각성시킨다. 석양이 지면 희미한 달빛이 잠을 재우는 식이다. 체온이나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는 이런 생체 리듬에 따라 움직인다. 멜라토닌 등 내분비 호르몬도 낮과 밤의 일정 리듬을 갖고 분비된다.

하지만 우주 수면은 이런 생체 시계를 고장 낼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깨웠다 재웠다 하니, 밤이 와도 몸은 낮이요, 낮이 와도 몸은 밤인 경우다. 우주에서는 말 그대로 매일 밤낮으로 일해야 한다. 실제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5개월 가까이 생활했던 우주인들은 우주 생활 3~4개월이 지나자 밤낮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다고 한다. '우주 시차병'이다.

우주 수면의 특이한 점은 코골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체 잠자는 시간 중 코고는 비율이 17%(지상)에서 1%이하(우주)까지 주는 것으로 조사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우주에서 지구보다 55%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구에서 누워 자면 중력 때문에 혀가 목뒤 낮은 곳으로 밀려 자리 잡는다. 이로 인해 숨쉬는 공기가 통과하는 길목이 좁아지면서 코를 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코골이 처방으로 지구인들이 똑바로 눕지 못하게 잘 때 등 뒤에 테니스 공을 붙이고 자게 하는 원시적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우주인의 혀는 그런 움직임이 없으니 코를 덜 골게 된다. 코골이 우주인은 거기가 더 날 지도 모르겠다.

소음도 수면을 방해한다. 우주인들은 귀마개를 착용하고 잠을 자는데, 웅~ 웅~ 거리는 기계음 때문이다. 우주선 내부는 60~70데시벨(dB) 수준으로 시끄럽다. 차들이 달리는 고속도로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잠에 방해가 되는 소음은 40dB 정도부터이니 잠들거나 유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사람들은 간혹 지구의 삶이 고단할 때 우주로 멀리 날아가고픈 꿈을 꾼다. 하지만 정작 우주 생활은 잠 못 이루는 팍팍한 여정이다.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것이 그나마 축복이다.

지구인의 숙면을 위한 메디컬 CSI조언

1 휴일이라고 해서 대낮까지 늘어지게 자지 마라. 그날 밤에 불면증이 오기 쉽다. 그러면 한 주간 수면 리듬이 다 깨진다.

2 잠자리에 들면서까지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스트레스는 수면장애의 주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3 낮잠은 짧게, 실내는 선선하게, 손발은 따뜻하게, 소음은 적게, 방은 어둡게… 가장 편안한 잠자리를 직접 챙겨라.

금주의 메디컬 CSI 팀원: 박동선·이종우 숨수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