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타고 축구장을 한번에 뛰어넘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일이 지난달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로비 매디슨(호주·27)이 모터사이클 롱 점프(long jump) 부문에서 107m를 난 것이다. 이 부문 세계신기록이다. 이날 도전은 스포츠 분야의 각종 진기록을 겨루는 '크러스티 데몬스 나이트 오브 월드 레코즈(Crusty Demons Night of World Records)'의 일환이었다.
매디슨이 탑승한 모터사이클은 혼다 CR500. 그는 시속 165㎞까지 속도를 낸 뒤 지상에서 20m 높이까지 솟구쳤다. 6층짜리 건물 높이로 날아올랐다는 얘기다. 앞서 라이언 케이프스(미국)가 98.8m로 매디슨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기록(98.2m)을 깨자 매디슨은 곧바로 새 기록을 세웠다.
모터사이클 점프는 1960~70년대 인기를 끌었다. 전설적인 스턴트맨 이블 크니블(Knievel)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14대의 버스를 뛰어넘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방송됐고 그의 점프를 보려 9만 명이 몰린 적도 있었다. 작년 말 69세로 사망한 크니블은 평생 300번의 수술을 받았고, 사고로 한 달 정도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었다.
국내에서는 강정일(58) 스즈키코리아 사장이 1991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스즈키 RM400 바이크를 타고 승용차 15대(30.3m)를 뛰어넘었다. 강 사장은 "외국에선 도움닫기를 위해 30~50m짜리 특수 램프를 이용하는데 나는 5m짜리 점프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그냥 착지했다"며 "외국 선수들이 나를 '크레이지 가이(crazy guy)'라고 불렀다"고 했다.
예전의 롱 점프가 '담력' 겨루기였다면, 요즘은 담력과 과학의 승부다. 점프를 위한 램프의 경사와 램프를 떠날 때의 속도, 현장에 부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을 계산한다. 착지 지점도 평지가 아닌 경사로 만들어 충격을 흡수한다. 바이크의 서스펜션도 전문가들의 특수 설계를 거쳐 만든다.
그 덕분에 1999년 41.1m(자니 에어타임·미국) 수준이었던 세계기록이 2005년 84.6m(트리거 검·미국)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100m벽이 매디슨에 의해 이번에 깨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