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옥수수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쓰는 바람에 한국 자장면값, 라면값까지 올라갔다는 얘기는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됐다. 사람 식량을 차(車)에 먹인 결과 배를 곯는 전 세계 인구 8억명의 배가 더 고파진 것이다.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쓴다고 해서 온실가스가 줄어드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는 주장이 많다.
석유 대신 쓰는 연료엔 에탄올 말고 바이오 디젤도 있다. 에탄올은 미국·브라질에서, 바이오 디젤은 유럽에서 주로 쓴다. 에탄올은 미국 옥수수, 브라질 사탕수수로 만드는 데 바이오 디젤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야자열매로 만든다. 바이오 디젤도 에탄올 못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인도네시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3위라고 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석탄·석유 사용량만 따지면 인도네시아는 세계 15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온실가스는 화석연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나무를 베어내면 그 나무 몸체는 결국 썩어서 이산화탄소가 돼 날아간다. 인도네시아는 열대림을 너무 베어내는 바람에 미국, 중국 다음 가는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다.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특별한 문제는 야자 플란테이션을 '피트 랜드'(peat land)라는 습지에 많이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피트 랜드는 나무가 울창하면서도 바닥엔 물이 고여 있다. 물 아래는 농축된 유기물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유기물 층 두께는 보통 2m를 넘는다. 나무, 풀이 죽어서 피트 랜드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면 좀체 분해되지 않는다. 물이 차 있어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피트 랜드에 가라앉은 식물 유기물은 수백, 수천 년을 서서히 썩어가다가 나중엔 석탄이 된다.
야자 플란테이션을 만든다고 피트 랜드의 물을 빼내고 나무를 잘라내면 수백, 수천 년을 견딘 두꺼운 유기물 층이 몇 년 안에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 플란테이션을 만들려고 일부러 불을 지르는 수도 있다. 작년 7월 인도네시아 당국이 '리아우'라는 지역을 위성으로 조사해봤더니 124군데에서 산불이 나 있었다.
그린피스는 작년 11월 '야자기름 산업이 기후를 삶아대고 있다(How the Palm Oil Industry is Cooking the Climate)'는 보고서를 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열대림의 10%(9100만㏊)를 갖고 있다. 그 중 2000만㏊가 피트 랜드다. 인도네시아가 피트 랜드에 조성한 야자 플란테이션만 150만㏊가 된다. 향후 10년 내 다시 300만㏊가 그렇게 될 운명이다. 이건 유럽 때문이다. 유럽은 바이오 연료 비중을 현재의 1%에서 2010년 5.75%, 2020년까지는 10%로 올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유럽 국가들은 동남아에서 수입한 야자기름을 석유 대체연료로 사용했다. 그러는 바람에 야자기름 값이 최근 2년 사이에만 2배 뛰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인도네시아 피트 랜드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피트 랜드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만 한 해 18억t으로 한국 국가배출량의 3배를 넘는다.
유럽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라며 바이오 디젤을 쓴다. 그렇게 하면 유럽 대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동남아에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어디서 나오더라도 지구 전체로 퍼져나간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 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줄어들었다며 그걸 ‘실적’으로 잡아놓는다. 그 실적을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서 돈 받고 팔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이건 무슨 ‘국제 사기극’처럼 여겨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