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맏형'으로 통하는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충무로의 새바람을 위한 외적 조건으로 관람료 현실화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7년간 제작비는 10배 이상 올랐는데 관람료는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이라고 했다.

(스포츠조선 2월 28일자 보도)

극장에 가서 제 돈 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 극장가, 극장 요금은 정확히 8000원이다. 지갑을 꺼내 1만원권 지폐를 내밀면 2000원을 돌려받는다. 2001년부터 고정된 극장 요금은 7년째 그대로이다. 그런데 사람들, 지폐보단 카드를 꺼내 든다. XX신용카드 1500원 할인, 00통신사카드 2000원 할인 등 어느 신용카드 건 필수적으로 영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에 따라서는 무료 영화 관람도 가능하다. 영화 요금 올려달라는 영화계와 8000원도 비싸다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요금 할인은 어떻게 이뤄지고, 영화 요금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멀티플랙스 극장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영화 관람객들.

◆영화는 공짜로 본다?

극장 요금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7000원, 금토일 2시부터 9시까지는 8000원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첫 회 조조는 4000원. 11시 이후의 심야는 6000원의 가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전국 56개 극장, 449개 스크린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인 CGV가 지난 1월 말부터 일부 극장을 중심으로 심야 요금 할인을 없애기 시작했다. CGV 측에서는 "심야 영화 할인 혜택은 일시적인 프로모션 행사였을 뿐이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이 사건이 본격적인 영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영화 관련 단체들이 지난해부터 영화 관람료 인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은 더하다.

영화는 할인 받아 보는 것이란 인식이 생겨난 것은 휴대폰 업계의 멤버십 서비스 때문. 지난해 7월 폐지된 이통사 영화 할인 서비스는 휴대폰이 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었다. SKTKTF, LGT 등 이통사는 경쟁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과 손잡고 관객들의 극장 요금을 1500~2000원씩 낮췄고, 국내 신용카드사들도 덩달아 영화 요금 할인에 뛰어들어 1000~2000원씩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결국 조조의 경우 공짜로도 영화를 보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문제는 이통사가 전액 지원하던 할인 비중을 극장과 분담하면서부터다. 최초 영화 할인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통사들은 2000원이면 2000원, 할인된 금액 전액을 극장에 보전해주었다. 하지만 영화 할인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통사는 극장에 일정액을 분담해주길 요구했고, 각 극장들은 관람객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걱정에 200원씩의 금액을 부담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극장 분담금은 해가 갈수록 상승해 작년 7월 이통사 할인 서비스가 없어질 쯤에는 극장이 900원까지 부담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CGV 홍보팀 이상규 팀장은 "이통사들은 영화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매년 할인 금액의 일정액을 추가적으로 분담하라고 했다"며 "그것이 할인 금액 2000원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가 우리뿐 아니라 대형 멀티플레스 극장 대부분이 할인 혜택을 폐지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극장은 신용카드사와만 제휴 마케팅을 허용하고 있다. 이통사와 달리 신용카드사는 할인 금액의 전액을 보전해준다. 중소형 극장만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과 경쟁하기 위해 이통사 할인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CGV는 KTF와 함께 특정 요금제에 가입한 이들에게 월 1회 무료 영화 관람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이통사 측에서 가입자 1인당 일정액을 1회 보전할 뿐 관람 횟수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KTF의 한 관계자는 "특정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대형 극장과 다시 손잡았을 뿐 정해진 마케팅 비용이 있기 때문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고 했다.

◆극장 요금 올려야 하나?

이통사 할인이 없어진 지금, 관객이 느끼는 영화 요금의 체감지수는 훨씬 높아졌다. 이통사 할인이 폐지되면서 2000~3000원이면 볼 수 있었던 영화가 이젠 5000원 이하로는 관람키 어려워진 것. 또한 신용카드 영화 할인은 카드에 따라 전월 카드 사용금액이 10만~30만원 이상 돼야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관람객은 비싸다 하지만 극장 측은 "그건 아닌데…"라며 힘들다 하소연한다. 매표 수입은 극장과 배급사가 5대5로 나눠 갖는다. 1인당 극장료를 7000원으로 따져 계산하면 먼저 세금으로 대략 1000원이 빠지고, 극장 몫은 3000원이다. 극장은 관객 수에 관계없이 매회 영사기를 돌려야 하고, 현재 우리나라 극장의 연평균 객석률은 30% 정도다. 외국에 비해 비싸지 않은 영화 요금도 극장 측의 주장을 뒷받침한다.(표 참조)

지금까지 극장업계는 상영관이 5~10곳 정도 되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전국적으로 넓히고, 매점 수입을 총수입의 20%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특정 영화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동시에 상영함으로써 여러 관객을 끌어 모아온 것. 또 상영관에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1500~3000원 하는 탄산음료와 3000~4000원 가격 수준의 팝콘을 팔아 이윤을 남겨왔다.

문제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이 작년부터 급격히 '약발'이 떨어졌다는 데 있다. CGV의 경우 2006년에 전국 총관객 수 1억6674만 명에서 2007년 1억5752만 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또한 작년 한 해 관객이 7~8% 정도 하락했다. 매년 5% 이상 증가해왔던 전국 관람객 수 증가율이 작년 3.5%로 뚝 떨어진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이제 더 이상 멀티플렉스 영화관 확대만으론 추가 수입이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화 배급사, 투자자, 제작자 역시 상황은 다를 바 없다. 극장 수입만 놓고 보면 요즘 개봉되는 영화의 일반적인 총제작비 40억원의 손익분기점은 관람객 150만 명. 극장료에서 세금과 극장 몫을 제한 나머지 3000원에서 8%를 배급사가 배급수수료로 가져가고, 남는 2600~2700원을 가지고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식이다.(2600원×150만=39억원)

투자자와 제작자는 손익분기점을 넘고 나서야 통상 6대4 또는 8대2로 이익을 배분한다. 하지만 작년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전체 개봉작의 11%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한국 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극장들이 VIP 라운지를 폐지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축소하고, 국내 영화 배급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 최수영 연구원은 "불법 다운로드, 업로드 등 불법 영화 시장 규모만 9362억원에 달하는 현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극장 관람료가 영화계 수입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며 "하지만 극장 요금을 올리기에는 영화는 잘못 만들면서 요금만 올린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고, 극장들 또한 관객이 줄어들까봐 섣불리 관람 요금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