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밑줄 친 말 가운데 '딛었으나'는 틀린 표기다.
스티브 호킹 박사처럼 장애의 어려움을 디디고(○) / 딛고(○) 성공한 사례가 종종 있다.
비록 첫걸음은 디뎠으나(○) / 딛었으나(×) 미래는 불투명하다.
'디디다'는 본말, '딛다'는 준말로서 둘 다 표준어이다. 그러나 준말 '딛다'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자유롭게 결합하지만,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결합하지 못한다. 즉 반쪽짜리 표준어인 셈이다.
딛다, 딛고, 딛는데, 딛지만, 딛겠다, ……(○)
딛어, 딛으니, 딛으면, 딛으시고, 딛었다, ……(×)
그러므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디뎌(디디어), 디디니, 디디면, 디디시고, 디뎠다(디디었다), …'처럼 본말만 쓸 수 있다.
왜 준말 '딛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수 없는가? 흔히 이에 대한 답으로 '가지다'의 준말 '갖다'가 '갖어, 갖으니, 갖었다'(×)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수 없는 점을 들고는 한다. 즉 '갖다'가 그러하니 당연히 '딛다'도 그렇다는 식이다. 그러나 '갖다'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수 없다고 하여 모든 준말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거두다-걷다, 북돋우다-북돋다, 빼앗다-뺏다' 등은 '거둬(거두어), 북돋워(북돋우어), 빼앗아' 등 본말 외에 '걷어, 북돋아, 뺏어'(걷었다, 북돋았다, 뺏었다) 등처럼 준말도 모음 어미와 결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휘에 따라 준말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수 없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딛다, 갖다'와 같은 예로 '서둘다, 서툴다'가 있다. 즉 이 말들도 '서둘어, 서툴어'(×)와 같이 준말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