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낙동강의 페놀 유입 사건은 우리나라 안전 체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17년 전 옥계천에 페놀 원액 30톤이 유입되어 대구시민이 수돗물을 마시고 구토, 설사, 복통을 일으켰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수돗물 공급이 한때 중단되는 것으로 우선 사태를 진정시켰다.

2000년 루마니아에서 채광 폐기물의 맹독성 물질이 폭우에 섞여서 라포스강으로 유입되고 결국 2000km나 흘러가서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등의 수많은 동식물들이 생식 기능을 잃게 되는 환경 파괴 현상이 발생했었다. 이런 대재앙이 낙동강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다. 잘 모면했을 뿐이다.

왜 페놀 유입 사고는 낙동강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날까? 대부분의 중화학단지는 바닷가에 인접해있다. 울산, 여수, 충남 대산 단지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럴 경우 상수도 오염이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문제는 구미 중화학단지다.

70년대 형성된 구미 단지는 환경오염 문제나 기타 제반 사항을 고려하지 못한 채 지역 살리기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당시만 해도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는 공업 단지 개발에 비교적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규모 공업 단지는 한번 조성되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쉽사리 장소를 이동할 수도 없다. 결국 투자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곳에 공업 단지가 만들어졌고, 경북 구미는 지속적으로 강물 오염의 주범이 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 화재가 나면 우선 불에 의해 피해를 보고 다음에는 물로 피해를 본다. 소방용수(水)에 의한 피해가 크다. 이번 낙동강 페놀 사고도 소방용수가 페놀·포르말린과 함께 넘쳐서 강물이 오염된 경우이다. 몇 시간 정도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기는 했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페놀이 음용수로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페놀 유출 사고의 경우 비상급수체계를 구축하고 상류지역인 임하·안동댐 등의 방류량을 늘려서 강물을 희석하는 등 17년 전의 페놀 사건과는 크게 다른 대응조치를 취했다. 주변의 다른 공장으로 불이 퍼지지 않은 것은 화재 진압을 잘한 것이다. 고도정수시설과 모니터링 시스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공장 하수구와 대광천이 만나는 지점에 둑을 쌓아 위기를 '온몸'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화재 진압 시에 물이 넘치는 것은 당연히 예측할 수 있었고 물을 뿌리는 것과 동시에 둑을 쌓을 수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TV를 보다가 자발적으로 달려온 것이 아니고 긴급연락체제에 의해 바로 현장에 오지 않았던 점도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의한 피해 금액만도 매년 15조원, 인명 피해는 부상 8만여 명, 사망 2400여 명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물론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 사고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부서 이기주의와 투자우선순위에 밀려서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것이 안타깝다.

→페놀 흡입하면 중추신경 이상, 사망할 수도

문일ㆍ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페놀은 2006년 개정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성물질로 지정됐으며, 수질 오염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물질이다.

페놀이 피부에 접촉하게 되면 빠르게 흡수되어 통증·마비·반점 등 침투성 독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흡입 시 폐염증이나 폐부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중추신경계, 심장, 혈관 등의 인체 기관에 영향을 주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또한 이번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과 같이 페놀로 오염된 물을 섭취하게 된다면 설사, 구강 화상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몸에 축적 시 간과 신장, 눈 등의 신체 기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철저한 안전관리체계가 마련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