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 이중정답 논란에 휘말리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는 스핑크스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사람'이라는 이 문제는 사람의 일생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은유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은유에 대한 단서가 어디에도 없을 뿐더러 늙어서 지팡이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면 스핑크스도 그다지 공정한 심판자는 아닌 듯싶다. 여행자의 행색을 보아 마음에 들면 대충 맞았다고 해주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예를 들어 주먹을 부르는 얼굴이라든가), 꼬투리를 잡아 정답이 아니라고 우기는 수법으로 악명을 드높인 것이 아닌가한다. 스핑크스의 인성을 이렇게 의심하는 이유는 수수께끼에 '필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시험에 나온다면 어떨까? 그것도 우리나라의 수능 시험에 나왔다고 해보자. ③번 '사람'이라고 정답을 쓰지 않은 여러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이의 제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답에 대한 이의 제기가 많아지면 슬슬 방송에서 다루기 시작할 것이고, 15년간 스핑크스 수수께끼만을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한 마디씩 해댈 것이다. 이러한 기류가 심해지면 결국 대한 스핑크스 수수께끼 학회에서는 스핑크스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고 공개 발표를 해서 평가원을 압박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출제하면서 왜 자기들에게 문의하지 않았느냐고 투덜대면서 말이다.

정답의 여지가 하나 이상이라면 이런 문제는 절대로 입시용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전 회에 말한 대로 법학적성시험이라든가 공직 적격성 검사, 또 외고용 문제 등에서 꾸준히 출제되고 있는 문제가 바로 퀴즈 문제다. 다시 말하면 퀴즈 문제의 정답은 절대로 여러 개가 나올 수 없게끔 설계돼 있고, 그 풀이과정도 자의적이지 않고 필연적이며, 누가 풀어도 정답에 접근하는 방법이 일치해야 한다.

■필연성을 부여하는 조건

주어진 조건이 문제다. 주어진 조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첫 번째 요령이다. 조건만 잘 적용하면 '반드시' 답이 나오게 돼 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제를 보자. "세 사람의 나이를 곱하면 36이 된다. 세 사람의 나이를 더하면 나의 나이와 같아진다고 하는데 이 조건만으로는 정확한 나이들을 알 수 없었다. 빨간 바지를 입은 사람은 셋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이 문제에서 이 셋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

우선 인수분해를 해서 곱해서 36이 되는 수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2, 3, 6), (2, 2, 9), (4, 1, 9), (4, 3, 3), (6, 6, 1), (12, 3, 1), (18, 2, 1), (36, 1, 1) 이렇게 8가지 경우가 나온다. 두 번째 조건으로 이들의 합을 구하면 각각 11, 13, 14, 10, 13, 16, 21, 38이 된다. 그런데 자신의 나이와 같다고 했는데 이 조건만으로는 답이 구해지지 않는다는 말은 합을 알아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니까 중복이 있는 13이 된다. 그러면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이 두 가지 경우 중에 2, 2, 9의 경우가 해당한다.

주어진 조건만 충실히 반영하면 '필연적으로' 답이 나오는 것이 바로 퀴즈 문제다. 아이큐 문제라 생각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가장 노력이 필요한 '개미형 문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