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역사에서 가장 못된 정치가를 한 명만 꼽으라면 아마도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일 것이다. 르네상스시대 피렌체의 정치가였던 그는,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정치가 종교와 도덕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폭력과 기만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덕분에 마키아벨리는 냉혹하고 교활한 이중인격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보다 훨씬 더 이전에, 냉혹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 정치가는 '상군서'를 쓴 상앙(기원전 390~338년)을 꼽는다.

상앙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위(魏)나라에서 태어났다. 젊었을 때 그는 위나라 재상 공숙좌(公叔座)의 집안일을 맡아보는 직책에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똑똑함으로 공숙좌의 신임을 듬뿍 받았다. 그러던 차에 공숙좌가 죽을병에 걸렸다. 그때 위나라 혜왕이 문병을 와서, 공숙좌가 죽으면 누구에게 사직을 맡겨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공숙좌는 상앙을 추천했다. 하지만 혜왕은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런 혜왕에게 공숙좌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를 쓰지 않으시려거든 죽이십시오. 절대로 다른 나라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혜왕은 공숙좌의 충고를 망령 난 노인의 말로 여기며 상앙을 쓰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았다. 상앙 또한 도망치지 않고 위나라에서 버텼다. 그리고 공숙좌가 죽은 뒤, 진(秦)나라 효공이 똑똑한 신하를 모집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효공은 오로지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꿈에 사로잡힌 군왕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진나라로 건너간 상앙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패자의 도'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행했다. 대단히 기뻐한 효공은 상앙을 요직에 등용한다.

실권자가 된 상앙은 이른바 '부국강병'을 위해 여러 가지 잔혹한 형벌제도를 창안한다. 죄인의 두 팔다리와 머리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이는 '거열(車裂)형'을 도입하고, 이웃의 죄를 고발하지 않는 자는 허리를 잘라 죽이게도 했다. 더불어 신분의 높낮이를 막론하고 법 적용에 엄격했다. 사소한 법을 어긴 태자를 어김없이 처벌하려다가, 주변의 만류로 그 스승을 처벌한 적도 있었다. 나아가 상앙은 모든 종류의 비판을 엄격히 금했다. 백성들 중에는 "예전에는 새 법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편리하다"고 말했다가 변방으로 쫓겨나는 이도 있었다.

이처럼 강력한 법을 시행한 것은 결국 많은 조세를 거둬들이기 위해서였다. 예컨대 상앙은, 남자가 성인이 되면 무조건 분가하도록 함으로써 조세수입을 늘렸다. 그래서 진나라는 부강해졌다. 하지만 백성들은 주눅이 들어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럴 즈음 상앙은 모국인 위나라와 전쟁을 벌인다. 양측 군사가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 상앙은 위나라 군대의 지휘자인 공자 앙에게 "옛정 때문에 차마 싸울 수 없으니, 만나서 술이나 한잔씩 하며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꼬드겼다. 그 말을 곧이듣고 회담장에 나온 공자 앙은, 상앙이 숨겨둔 복병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 사이 상앙은 위나라 군대를 유린했다. 당시 위나라 혜왕은 제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으로, 공숙좌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상앙은 진나라 재상이 되어 승승장구했다.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종실과 외척들 사이에서 원망이 터져 나왔다. 뜻있는 선비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조량(趙良)이라는 선비는 구구절절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상앙의 권력욕을 비난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상앙을 총애하던 효공이 죽고, 새로 혜문왕이 즉위했다. 그와 때를 맞추어 왕실 측근들은 상앙이 반역을 도모했다고 모함했다.

상앙은 도망쳤다. 그리고 국경에 이르러 객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한 객사 주인은 '상앙의 법률'을 들먹이며, 증명서를 요구했다. 자신이 만든 법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을 통탄하던 상앙은 위나라로 갔다. 그러나 이미 상앙에게 속아 전쟁에서 패한 위나라 사람들은 그를 진나라로 쫓아 보냈다. 진나라에 돌아온 상앙은 진짜 반란을 기도하다가 정부군에 붙들렸다. 그리고 일찍이 그 자신이 고안한 '거열형'에 따라 잔혹하게 처형당했다. 극단적 법가사상으로 무장하고 냉혹한 통치를 행하였던 상앙. 그는 자신이 형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강한 법은 사회질서 유지에 도움이 될까? 아마 겉으로는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법이 강하다고 해서 강력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한 법은 단지 백성들을 숨죽이게 하여, 통치자의 수탈을 쉽게 해줄 뿐이다. 진정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 가운데 으뜸은, 강력한 법치가 아니라 자발적 통제일 것이다. 사형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의 근거도 바로 그것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