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서, 특히 기독교 서적을 특화한 출판사의 분화가 최근 유행이다. 과거엔 각 종교별 전문출판사가 주로 해당 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적을 출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서적을 내던 중대형 출판사(그룹)들이 잇따라 전담 자회사 또는 임프린트(출판사 내 독립 브랜드)를 내고 종교서 시장에 뛰어 들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열림원은 '시냇가에 심은 나무'란 브랜드로 종교 서적을 내고 있다. 2006년 소설가 박완서의 가톨릭 묵상록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크리스찬을 위한 시크릿'(헨리 클라우드 지음)까지 모두 4권을 출간했다.

'도마의 길'은 웅진씽크빅 단행본 그룹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도마(Thomas)에서 이름을 딴 브랜드로, 마음 속 행복 찾는 법을 논한 '세상과 다른 마음'(도널드 맥컬로우 솔트레이크 신학교 총장), '예수가 이끄시는 성공'(김인환 목사) 등을 지난해부터 냈다. 출판사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문학·아동·경제·과학 등 장르별 계열사를 둔 경우는 드물지 않으나, 종교 영역까지 확장한 것은 2~3년 내 두드러진 현상이다.

종교 서적 출간 붐을 이끌었던 댄 브라운 원작 영화 '다빈치 코드'.

"종교서는 기본 수요가 보장된 항구적 블루 오션"이라는 기대를 담은 이런 출판 동향은, 종교색 짙은 몇몇 베스트 셀러들로 힘을 받았다. 또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는 책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것도 종교서 출간붐을 이끌고 있다. 2005년 베스트 셀러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미국 레이크우드 교회 담임 목사)은 종교서의 신경향을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기독교 전문 출판사 두란노에서 낸 이 책은 "특정 종교에 대한 지나친 편향이나 거부감 없이 자기계발 서적으로 널리 읽혔다"는 평을 받는다.

'내려놓음'(이용규·규장), '신뢰의 법칙'(존 맥스웰·21세기북스),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데이비드 그레고리·김영사), '예수처럼 경영하라'(밥 브리너·청림출판) 등은 2006년 동반 인기를 얻은 기독교 서적들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대교베텔스만)가 2006년 영화로 개봉된 시점을 전후해 재점화한 진위 논쟁도 기독교 서적 전문 출판사의 브랜드화에 한몫 했다. 경제·경영서에 주력했던 청림출판은 그 해 낸 '성경 왜곡의 역사'(바트 어만 노스 캐롤라이나대학 종교학부 학장) 이후 기독교 도서 출간에 속도를 냈다. 이 회사 김도완 부장은 "종교서 계열사를 내는 것은 확정했고, 기독교만 전담할 브랜드로 할지, 종교와 비소설을 아우를 이름으로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사는 종교서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브랜드 작명에 골몰하고 있다. 2003년 이후 '우리 시대의 신학 총서', '현대 신학자 평전' 등 기독교 관련 시리즈를 낸 살림출판사도 내년 초 기독교 관련 임프린트를 만들 계획이다.

두 출판사가 기독교 서적으로의 영역 확대를 꾀한 데는 "과학의 절대 우위와 종교의 허위"를 주장한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의 '만들어진 신'(김영사), 그리고 이 책에 대해 "신앙이야말로 최선의 해답을 찾는 이성적 행동"이라며 반박했던 알리스터 맥그라스(옥스퍼드대학 위클리프홀 학장)의 '도킨스의 망상'(살림)이 각각 주요 계기가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