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분당 한국정보통신협회(TTA)에는 모바일에서 차세대 인터넷서비스 구현을 고민하고 있는 전문가 5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모질라 모바일 팀으로서 모바일 파이어폭스(Mobile Firefox)를 개발하고 있는 크리스찬 세저슨(Christian Sejersen)과 제이 설리반(Jay Sullivan)이 방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주 초 일본에서 열린 모바일 먼데이(Mobile Monday) 참석차 아시아를 방문했으며, 한국 방문은 국내 업체 관계자들과의 면담 때문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들은 오전에 NHN(네이버) 관계자들을 만났고, 점심 때 공개 강연을 진행한 뒤 오후에는 삼성 관계자들을 만났다.
‘개방형 웹’을 주창하고 있는 모질라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역점 프로젝트로 ‘모바일 파이어폭스’를 시작했다. PC 환경에서 MS 윈도의 영향력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파이어폭스지만, ‘모바일(휴대폰)’ 만큼은 시장 선점을 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왜 휴대폰에서 사용하게 될 ‘모바일 브라우저’가 기존 ‘풀브라우저’의 개념을 넘어 차세대 모바일 웹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일까.
◆기존 풀 브라우징의 한계와 모바일 브라우저 표준 기술
사용자들은 “휴대폰에서 단축키를 눌러 접속한 인터넷 화면이 PC 기반의 월드와이드웹과 왜 이렇게 다른 것인가”는 궁금증을 가져 본 적이 한번 쯤 있을 것이다. 이는 휴대폰이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이라는 규격을 사용, 월드와이드웹을 모바일용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과거 휴대폰 기기의 성능 한계와 저속 네트워크 환경 때문에 나온 과도기적인 모바일 웹 규격이었다.
WAP은 출시 초기 “마치 PC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처럼 같은 경험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과장을 쏟아냈다. WAP은 현재 일본이나 한국에서 고급현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대중적인 인기는 얻고 있는 상태다. 다만 사용자 편의성이나 인터페이스, 상호운용성 등이 현실보다는 크게 떨어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WAP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WAP 기술은 WAP 전용 콘텐츠나 웹-WAP 프록시 콘텐츠만 사용할 수 있어서 HTML 기반의 진정한 웹과 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WA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풀브라우징'이라는 개념이 제시돼 관심을 끌었다. 풀브라우징이란 기존 일반 인터넷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웹 브라우저 기술이다. 자체 기술로 휴대폰용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풀브라우징과 함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다기능 '올인원 브라우저'까지 내 놓을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연 기존 휴대폰 환경에서 거대한 일반 웹페이지를 한꺼번에 열람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VGA(해상도 640×480)급 단말기가 국내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브라우징 속도 및 동영상 재생, 액티브X 지원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또한 다양한 '웹페이지 보기 모드'를 제공하지만 휴대폰 액정이 작아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다.
국내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 역시 “스마트폰 정도는 돼야 사용을 고려해 볼 만한 것이지,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에서 풀브라우징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분명한 것은 휴대폰용 웹 페이지는 컴퓨터용과는 다른 인터페이스를 가져야 한다”며 “풀 브라우저만으로 기존 웹페이지들을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도 했다.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을 동일한 틀에서 이용할 수 있기 위해 국내에서 시작된 표준화 작업이 바로 ‘모바일OK’다.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다양한 웹 콘텐츠를 보다 쉽게 사용하기 위해 마크업 언어, 단말정보 규격, 응용환경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이다. 모바일 웹 2.0 포럼은 지난해 말 ‘한국형 모바일OK’ 1단계 표준 개발을 완료하고 실증 시연에 성공했다. 이들은 “기존 WAP 기반 서비스들은 유무선 연동 모바일 서비스 요구증가에 따라 모바일OK 표준 기반으로 대부분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함께 해결돼야 할 기술이 ‘모바일 웹 브라우저’다. 휴대폰으로 속속 PC용 플랫폼들이 이식되기 시작하면서 WAP 방식의 표준들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를 사용해 자유롭게 웹 서핑이 가능한 것처럼, 호환성이 높고, 모바일 웹에 최적화 된 ‘모바일 브라우저’가 널리 보급돼야 한다.
◆모바일 파이어폭스와 아이폰, 그리고 안드로이드
해외에서는 오페라(Opera) 모바일 브라우저의 인기가 단연 높다. PC용 웹브라우저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모바일 브라우저는 전 세계 다양한 휴대폰 모델에 탑재되어 배포되면서 세계 최고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모바일 업계에서는 '웹킷'(http://webkit.org)도 관심의 대상이다. 애플 사파리 웹 브라우저에 사용돼 관심을 끈 오픈소스 시스템 프레임워크 '웹킷'은 애플 아이폰(아이팟 터치)과 구글 안드로이드에 잇달아 채택됐다. 노키아 S60과 모토로라 리눅스 플랫폼도 웹킷 엔진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MS 윈도 모바일용으로도 발표됐다.
이 밖에도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에 기본 제공되는 모바일 익스플로러 등도 있으나 전문 브라우저에 비해 호응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MS는 최근 미국 T-모바일 '사이드킥' 폰에 모바일 웹 브라우저를 제공한 ‘데인저’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는 휴대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브라우저의 대부분이 단말기에 내장된 형태다. 인프라웨어(http://www.infraware.co.kr)가 시장 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고, 이어 오페라, 오픈웨이브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인프라웨어는 자사의 모바일솔루션을 미국 AT&T 및 스프린트, 힐리오 등에 공급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SK텔레콤 통해 풀 브라우저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시장에서 파이어폭스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모바일 파이어폭스'(http://wiki.mozilla.org/mobile) 다. 파이어폭스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용 브라우저다. 플래시는 물론이고 AJAX 등 다양한 웹 기술도 모두 모바일 기반으로 지원하거나 지원할 예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모바일 파이어폭스는 현재 노키아의 N800/810 시리즈나 스카이파이어 등에 탑재되어 있다.
모바일 솔루션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 파이어폭스가 국내에서 상용화되면 일반 휴대폰보다는 스마트폰이나 UMPC 등 휴대용 PC 분야에 먼저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한국에 방한한 모질라 모바일 팀 관계자들은 발표에서 “빠르고 깨끗하고 간단한 모질라(파이어폭스)의 원칙을 모바일에 적용시킬 것”이라며 “특히 모바일 폰에서 강조해야 할 보안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