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를 둘러싼 괴소문
인기가수 나훈아를 둘러싼 와병설, 유명 여배우와의 염문설, 일본 야쿠자에 의한 주요 신체부위 절단설 등이 이슈화됐다.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서 출발한 소문은 스포츠 연예 신문과 방송을 거치면서 신속하게 뉴스화됐다. 나중에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면서 소문은 현실이 됐다. 이에 나훈아는 기자회견을 통해 괴소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선정적인 언론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언비어의 이모저모
유언비어는 민중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정보이다. '커뮤니케이션 회로'가 자유롭지 못하고, 일방적인 사회에서 쉽게 생겨난다. 정보와 현실이 일치하지 못해 불안해질수록 유비통신은 활기를 띤다. 세상은 언어의 그물망이기 때문에 세상을 어떻게든 해석하기 위해서는 소문이 만들어진다. 전쟁, 재해, 공황 등 각종 비상사태, 혹은 대형 사건이나 행사에는 루머가 증식한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때는 한국인이 우물에 독을 푼다는 괴소문이 퍼져 한국인 수천 명이 희생됐다. 중국에서 사스 전염병이 발발했을 때 소문이 전세계를 순식간에 강타했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에는 각종 소문이 신출귀몰한다. 옥석을 가려내야만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증권가의 소문과 흥미를 돋우는 연예가의 소문은 진실이 거의 없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한편 소망을 이루려고 의도적으로 소문을 내는 경우도 있다. '서동요'의 창작 과정을 보면 선화공주가 밤마다 남몰래 서동을 만난다는 소문을 신라의 서울인 금성에 퍼뜨렸다.
■대중매체를 사이에 둔 연예인과 대중
화려한 조명 속에서 웃음과 끼를 파는 연예인들은 현대인들로부터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었다. 대중매체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강제로 파헤치고 대중은 먹지 못하는 감 찔러보는 기분으로 스타의 스캔들을 훔쳐본다. 영국 다이애나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파파라치들의 행태는 극단적인 사례다. 소문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 연예인들은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한편 연예인들이 사적 영역을 공공 영역화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인기가 떨어지거나 음반과 영화가 새로 나올 때 마케팅 전략으로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소문낸다. 이혼과 결혼 같은 이벤트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한다. 대중매체를 사이에 두고 연예인과 대중은 먹고 먹히는 긴장관계를 유지한다. 대중에게 스타는 인격과 상품의 중간적 존재로 기능하기 때문에 알권리와 사생활침해가 종종 충돌한다.
■정보사회와 유언비어 재생산
예전에는 정보부족으로 유언비어가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정보 과잉으로 유언비어의 문제점이 증폭된다. 정보화시대는 소비자로만 존재하던 사람들이 정보의 생산자로 적극 나선다. 누군가의 '카더라'식 기사에 새로운 꼬리를 잇고, 기존 기사를 살짝 수정하고 엔터키를 친다. 유언비어는 진실 여부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말이 말을 계속 낳을 뿐이다. 쌍방향 매체의 발달은 정보 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사생활이 일시에 유통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실존을 확인하는 길이다. 현대인의 실존을 파악하는 것으로 유언비어를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