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신성한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사실적인 아름다움 등을 그리려 애썼다. 이상적인 미의 실현을 위해서다. 근대의 서막이 열리기 전까지 수세기 동안 대부분의 화가들은 매우 정교한 기법으로 진지하게 신화화, 역사화, 종교화 등을 그렸다. 여기에 예술에 대한 엄숙주의가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1870년대 프랑스의 도전적인 젊은 화가 몇몇이 일상의 장면을 유동적이고 덜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거친 표현양식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가 '인상주의자'라고 부르는 화가 집단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최초의 '아방가르드 운동(Avant-Garde: 전위예술(前衛藝術). 20세기 초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자연주의와 고전주의에 대항하여 등장한 예술운동)'을 전개했다.

과거의 화가들은 주로 작업실 안에서 일상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먼 교훈적이고 엄숙한 주제들을 아주 정제된 표현 기법으로 재현해냈다. 화가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사건을 아름답게 묘사하려고 애썼다. 그것이 최상의 미의 재현이었다. 인물화의 경우도 상상 속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모델을 작업실 안에 세워 두고 그렸다.

인상파화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이젤과 캔버스를 들고 작업실 밖으로 새로운 모델과 소재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햇빛 아래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빠른 붓 터치로 담아냈다. 한 순간 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연과 빛의 작용을 그리기 위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순간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데 몰두해 형태를 정확히 알아 볼 수 없는 풍경화와 무수한 색점들의 집합으로 보이는 풍경화를 그렸다.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른바 '마구잡이식 그림'이 나오게 된 것이다.

■새로운 예술에 대한 환대와 멸시

당시는 이른바 '아카데미즘'이라고 하는, 화가 개인의 창조성과 표현의 자유가 결여된 미술 교육이 이루어졌다. 정제된 미학적 규범을 따른 작품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인상주의자들의 작품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천박한 그림이었다. 지금은 인상주의 그림들이 매우 인기가 있지만 처음에는 몹시 냉대를 받았다. 인상주의자들의 그림은 거의 대부분 공식적인 전시회에서 거부당했기 때문에 스스로 전시를 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언론과 대중들은 그들을 조롱했다. 1874년 최초의 인상주의 전시회에 왔던 한 평론가는 그들을 '미치광이'라고 혹평했다. 이때 조롱조의 '인상주의'라는 운명적인 이름을 제공한 것이 바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인상-해돋이'라는 작품이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영원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주고자 했던 모네는 인상주의를 이끈 선구자였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쫓아 늘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인상-해돋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해가 뜨는 한 순간을 잡아내고자 캔버스 위에서 빠르게 춤을 추는 모네의 붓놀림이 보이는 듯 하다. 형태도 확실하지 않고 물감도 팔레트 위에서 섞이지 않았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이런 새로운 그림을 그리게 된 데에는 산업화와 과학문명의 발달이 한 몫을 했다. 당시의 유럽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갔다. 신기한 발명품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왔다. 자동차, 기차는 물론 철골과 유리로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건물과 다리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화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풍경을 직접 확인해보고자 작업실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휴대가 간편한 튜브 물감 같은 새로운 미술도구의 발명과 사진 기술의 발명 또한 인상주의 미술이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사진은 1830년대에 발명이 돼 빠른 시간 안에 널리 보급이 됐다. 사진술의 발달로 더 이상 화가들은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졌다. 실물과 똑같이 찍힌 사진이 그림을 대신하면서 화가들은 이제 더 이상 대상을 똑같이 재현해 내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현실에 눈을 돌린 최초의 화가들

인상주의화가들은 시골의 자연 풍경뿐 아니라 도시 생활의 이모저모를 화폭에 담았다. 분주한 도심거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 낮의 모임, 화려한 도시의 밤 풍경, 카페, 공원, 기차역 등을 그렸다. 생활 주변의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지금이야 별로 주목 받을 만한 일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처음에는 냉대를 받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은 현실에 눈을 돌린 최초의 화가들이었다. 진부한 틀에서 과감히 탈피해 순수하고 즉각적이며 선입견이 없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삶,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바라본 것이다. 환상이 아니 현실을 바라본 그들의 애정 어리고 진실한 시선 덕분에 무한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이 비로소 예술 작품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