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대입 자율화 방안 중 학생·학부모들에게 가장 큰 변화로 다가오는 것은 영어교육 정책이다. 특히 2013학년도(2012년) 대학입시부터 수능 외국어 시험을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되면서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능력시험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첫 적용대상인 올해 중2가 되는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고민에 빠졌다. 서울 S중 김유선(14)양은 "토익·토플 형태라면 전문 학원에라도 다녀 유형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박진희(여·39)씨는 "듣기·쓰기가 강조된다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이 부분을 커버해줄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중학교 교사 정모(여·32)씨는 "현재 한 반 30명이 넘는 아이들과 어떻게 회화 위주 영어수업을 하라는 거냐"며 "특히 40~50대 교사들은 급격한 변화에 적응 못하고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영어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인수위는 현재 학교 영어교육이나 평가 방식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영어능력시험에는 말하기나 쓰기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고,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교육부 주관하에 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하고 있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은 '한국형 토플'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원래 이 시험을 기존 토플·토익(미국 ETS주관)을 대체하는 용도로 추진했으나, 인수위 발표 후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가원에 따르면, 이 시험은 토플처럼 인터넷 기반 시험방식(iBT)으로 시행된다. 읽기·듣기·말하기·쓰기의 4개 영역을 평가하는데, 읽기와 듣기는 기본적으로 객관식으로 치르되 일부는 단답형 문제가 나올 수 있다. 교과서 지문은 나오지 않지만, 어휘는 각 학년의 교과과정에 나오는 수준에 맞춘다. 듣기의 경우, 미국식뿐 아니라 영국·호주식 발음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말하기 시험은 현재 iBT토플처럼 수험생이 마이크가 붙어있는 컴퓨터에 대답하면, 채점자가 녹음된 내용을 듣고 채점기준에 맞춰 점수를 주게 된다. 쓰기의 경우 초등학생이 컴퓨터로 답을 입력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돼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두 문장 길이의 답을 요구하는 문제와 긴 작문을 쓰라는 문제 모두 출제된다.
시험은 초등학생 대상과 중·고교 학생 대상으로 나뉘다. 초등학생은 난이도에 따라 1·2등급, 중·고생은 1·2·3등급으로 나뉜 시험 중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성적은 각 등급당 'Pass or Fail'(통과 여부)로 표시되고, 통과한 학생은 성적에 따라 상·하의 점수를 받게 된다. 평가원측은 "국가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올 3월 전국 초·중·고생 수천 명을 대상으로 예비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검사로 난이도가 조절되면 올 5월 문제유형과 점수체제, 시행·평가 방식 등이 최종 확정된다. 교육부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의 첫 시행시기를 2009년 하반기로 잡고 있다.
교육부는 이 시험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해 영어능력평가재단(가칭)을 올해 상반기 중 설립하기로 하고, 현재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영어능력평가재단은 미국의 ETS처럼 평가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설립되며, 응시료 수입을 통해 독립채산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재단설립과 문제유형 연구를 위해 올해 약 28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