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소리만 들어도 얼굴이 빨개진다. 당황하면 말문이 막힌다. 정리가 안 된 말들을 내뱉는다.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언어 불안 증세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많다는 것. 말 잘하는 것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말하기 능력이 부족한 자녀를 둔 학부모는 고민이 많다. 말하기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KBS 김은성 아나운서에게서 말 잘하는 훈련 방법을 들어보자.
■말하기 능력, 연습하기 나름.
김 아나운서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말하기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말하기 교육의 부족을 든다.
과거 말 잘하는 것을 천시하던 풍토가 짙어 말하기 교육보다는 쓰기나 읽기를 중시했다는 것. 반면 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은 초등 저학년 때부터 토론이나 사물 설명하기 등 체계적인 말하기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아나운서들이 말을 잘하는 이유는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며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말하기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습해보자
"스스로 말을 잘하지 못한다고 느낄지라도 당신은 잘할 수 있다."
미국 토크쇼의 황제, 래리 킹이 말하기 훈련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남 앞에서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지만, 애완동물을 앞에 두고 계속 말을 할 만큼 꾸준히 연습한 결과 말을 잘할 수 있었다. 말하기 능력은 체계적인 훈련에 의해 향상된다.
김 아나운서는 7단계 말하기 훈련 방법을 추천한다. 우선 3개월 완성으로 첫 훈련을 한 뒤, 효과가 나타나면 장기 계획을 세워 재훈련을 한다. 중요한 것은 연습한 뒤 스스로 평가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상황 말하기. 여러 상황을 가정해 보고 그 상황에 가장 알맞은 말을 찾아 하는 훈련. 예를 들어 '친구가 아끼는 책을 빌렸는데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사과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식이다. ▲말로 일기쓰기. 자기가 하루 동안 한 일을 정리해 일기를 쓰되 카메라 앞에서 말로 하는 것. ▲그림 말하기(story-telling). 그림을 보면서 연상되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 상상력도 기를 수 있다. ▲모사 말하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전달하기. ▲인지 말하기. 원고를 외워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한 내용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서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연상 말하기. 정해진 단어와 연상되는 주제 및 내용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설득 말하기.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설득하는 것.
이중 5단계인 '인지 말하기'가 가장 중요하다. '인지 말하기' 훈련을 꾸준히 해 말하기 체계를 머릿속에 저장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떨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한 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말한다고 해보자.
우선 한 주간 했던 일들을 모두 적어본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 육하원칙에 맞게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그 다음 구상한 내용을 말하듯이 구어체로 적는다. 적어 놓은 원고 중 꼭 필요한 내용만 줄여서 '스피치 개요서'를 만들어본다. 이때 스피치 개요서는 중요한 내용과 말하는 순서, 외우기 어려운 숫자 등 꼭 기억해야 하는 것 위주로 적는다. 작성한 '스피치 개요서'를 참고하면서 발표 전에 미리 두세 번 연습을 한 뒤 실전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