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한국실업축구연맹)는
2년 연속으로 축구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2006년엔 고양 국민은행이, 지난해에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르고도
K-리그 승격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은 연이은 파행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식이면 선진 리그로 가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목표인
승강제(up-down제)가 제대로 정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승강제에 앞서 승격제도 버겁다

25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축구는 아직 승강제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계속 미뤄 오다 첫 발을 디딘 것은 2006년. 승강제의 전초전 단계인

승격제를 도입해 내셔널리그 우승팀을 2007시즌 K-리그로 올리기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부족했다. 국민은행은 은행법 등의 이유를 들며 포기했다. 정확하게 1년 뒤 현대미포조선이 제2의 국민은행

사태를 불러왔다. 사유는 수원시청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빚어진 몰수패 사건으로 우승의 명분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승격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실업축구연맹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 기획실 김종윤 과장은 "승격제를 몇 년간 유보하고 팀들의 내실을 다지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승격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너무 서두르면 상처만 생긴다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이상,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서두를 경우 다시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셔널리그 팀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10년 늦게 시작된 일본 J-리그는 출범 이듬 해(1994년)부터

1998년까지 총 8개팀을 승격시켰다. 이후 1999년 J1(1부ㆍ18개팀)과 J2(2부ㆍ13개팀)로 분리하면서 본격적인 승강제의 모습을 갖췄다.

3부리그 격인 JFL(실업리그ㆍ18개팀)에서도 2000년부터 해마다 1∼2개팀씩 J2로 팀을 승격시키고 있다. 승격 기준은 ▶성적 ▶적정

선수 보유 ▶적정 인프라 ▶의지 등이다.

100년 이상 된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은 초창기부터 승강제를 실시했다. 현재는 최상위에 EPL(20개팀)을 두고 챔피언십(24개팀)→리그1(24개팀)→리그2(24개팀)→논

리그(Non league)로 세분화돼 있다. 각 리그별로 매시즌 업다운이 실시되고 있으며 올라가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시즌 끝 무렵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형 피라미드 구조를 위해

축구인들은 승강제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문제는 프로축구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PL은 1부리그로 올라갈 경우 수백억원의 돈과 명예가 따라오기 때문에 축구 전쟁이 벌어진다.

아직 우리는 그렇지 않다. 내셔널리그 팀들의 K-리그 승격 문제도 '해야 한다'는 명분만 앞서고 있다.

이훈동 고양 국민은행 사무국장은 "K-리그와 내셔널리그간 승격보다 내셔널리그와 K3 팀간 승격을 먼저 시범적으로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3부리그 격인 K3리그에는 올해 16개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EPL 전문가인 장원재 숭실대 교수는 "K-리그에선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구단들의 생각이 승강제를 막고 있다"면서 "승강제의 잣대가 돈이

아니라 경기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향후 한국형 리그 구조를 갖추기 위해 올해부터 연중 리그제로 전환하는 대학팀들도 하부리그로 흡수하는 방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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