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재·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박 선생." "네?"

"며칠 안으로 인수인계를 해야겠는데…."

"……."

안 그래도 정신없이 바쁜 새해 1월 초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버거운 한국사 관련 학회의 실무자라는 중임이 떨어졌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인수인계'라는 단어만큼은 머릿속에 콱 들어와 박혔다.

그러고 보니 나만의 일은 아니었다. 요즘 신문이나 TV뉴스에서 인수인계라는 말을 부쩍 많이 접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게 되면서 세상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요즘은 한창 인수인계의 철이라 서로가 바쁠 때다.

그런데 '인수(引受)' '인계(引繼)'라는 말은 원래 일본 한자어다. 받을 수(受)와 이을 계(繼) 앞에 뜻을 강조하는 접두어 인(引)을 붙인 것이다. 근대 이전 우리 한자어에서는 인수인계 대신 교인(交印) 또는 교귀(交龜)라는 말을 썼다. 인장을 서로 넘겨주고 받는다는 뜻에서 교인이라 했고, 인장의 손잡이가 거북이 모양이 많았기 때문에 교귀라고도 했던 것이다.

인장은 권한의 상징인 동시에 책임의 근거가 된다.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 책임의 소재를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장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인장을 따라 권한과 함께 책임도 같이 넘겨지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자기 것은 없다. 재물이든 일이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자기만의 것인 양 마음대로 하다 보면 넘겨줄 때 서로 버름하게 된다. 넘겨줄 때를 생각하면 인장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 같다. 요즘 이런저런 인수인계를 기다리며 '교인'에 담긴 뜻을 다시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