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역주하는 사이클 선수. 힘차게 페달을 밟는 다리에 근육과 힘줄이 꿈틀댄다. 남성미 가득한 이 광경은 사이클 경기의 또 다른 묘미다. 그런데 한 가지. 사이클 선수들의 다리에는 묘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남자라면 반드시 있어야 할 체모가 없다. 하나같이 면도를 해 매끈하다. 사이클 선수들은 도대체 왜 다리를 밀까.

영국 일간지 가 이에 대해 해답을 찾아봤다. 일반적으로 사이클 경기 도중 다리털을 밀면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미신에 불과하다. 스탠퍼드 대학의 스킵 케네디 수영 코치에에 따르면 수영 선수들은 전신 제모 작업을 하면서 2% 정도 스피드 증가 효과를 본다. 그러나 공기는 물보다 저항이 덜하다. 사이클 선수가 다리 제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미미하는 게 그의 판단이다.

프로 사이클 선수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의학적 이유 때문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이클 선수들은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경우가 잦다. 고속으로 달리다가 아스팔트나 맨땅에 떨어질 경우 찰과상을 입기 쉽다. 보통 시속 56㎞ 속도에서 아스팔트 위로 넘어지면 피부가 찢어진다. 먼지를 털어내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다리털을 미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둘째는 마사지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레이스 뒤 다리 마사지를 받을 때 털이 없으면 훨씬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는 숨어 있는 3번째 이유야 말로 선수들이 털을 미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이클 전문가 맷 시튼이 2002년 발표한 이론에 따르면 사이클 선수들은 '남이 하기 때문에 따라하는' 경향이 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미적 감각' 때문이다. 사람들은 레이스하는 선수들의 맨 다리에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인데, 이를 의식한 일종의 '멋 부리기'라는 설명이다. 보디빌더들이 온몸의 털을 제거한 뒤 오일 범벅이 된 채 포즈를 취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털로 가득한 육체 보다는 맨살이 드러난 근육이 보기에 더 좋아보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사이클리스트 르네 하셀바처가 좋은 예다. 2003년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했던 하셀바처는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바지가 찢어졌는데, 이때 드러난 그의 허벅지 윗쪽은 필요 이상으로 제모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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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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