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그림을 감상하며 울어본 사람들의 경험담을 가지고, 그림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1967년 미술사학자 제인 딜렌버거는 색면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짙은 고동색톤 추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제인은 저자에게 그 순간에 대해 “아주 기이하게 느껴졌으나 동시에 위안을 받았고 완벽하게 편안했으며 순수하게 평화롭고 기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제인을 울린 로스코의 그림 14점이 현재 걸려 있는 휴스턴의 로스코 예배당을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로스코의 그림들이 “빛과 신비로 가득한, 화려하고도 어두운 표면을 갖고 있었다”고 감상을 얘기한다.

저자는 그 예배당을 찾았던 사람들이 글을 남긴 방명록을 찾아 읽으며 로스코의 추상화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읽혔는지를 본다. 그리고 한번 더 로스코의 그림을 가까이 다가가 봤을 때, “유연하지만 만져지지 않는 부드러움 속에서 진이 다 빠져버린 것 같았고 거의 질식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실제 로스코는 사람들이 이런 질식할 듯한 기분을 느끼길 원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런 방법으로 로스코가 어떤 화가이며 단순해 보이는 그의 그림이 어떤 의미를 담는지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사람들은 로스코 그림이 지닌 외로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거나 정반대로 너무 가득 차 있어서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림이 너무 복잡하고 압도적이기 때문, 아니면 그림이 너무 비어 있고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로스코 예배당 전시실 모습.

뉴욕 프릭 컬렉션 미술관에 있는 르네상스 화가 조반니 벨리니의 ‘성 프란체스코의 무아경’은 저자가 30년전 처음 봤을 때엔 “글 없는 성경”처럼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저자는 더이상 그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기적적이지는 않기 때문”이고, 저자가 그동안 너무 많은 이론 공부를 한 탓이기도 하다. 역사 공부를 많이 하면 직관적 감성은 줄어든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림을 가슴으로 보는 법이다. 그림은 공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