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표면에 나타난 본질이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V. Hugo, 1802~1885)의 말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의 말치고는 다분히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의미에 대한 논의는 잠시 미루어 두기로 하자. 물론 위고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치러지는 논술고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짧은 문장은 논술고사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만일 답안을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본질’이라고 한다면, 표면에 나타난 형식이란, 내용을 전달하는 ‘표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학생들이 ‘내용’에 비해 ‘표현방식’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 소개하는 사례들은 학생들이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흔히 범하는 표현방식의 잘못들에 대한 것이다. 논술답안 작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므로 최소한 이런 잘못들은 피해야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아무리 그럴듯한 개념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진정 안다고 말할 수 없다.

1. "닭 잡아먹고 오리발은 왜 내미니?" 엉뚱한 논의

논제가 요구하는 것을 쓰는 것은 논술의 기본이다. 통합논술에서는 논제의 요구에 맞게 답안을 작성하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한다. 논제를 세분화해 논점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논제의 요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그에 맞는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역사왜곡의 주장과 그 타당성 여부'에 대해 논하라는 요구에, 일제 시절의 침략과 만행에 대한 얘기만 끝없이 늘어놓는다면 그것은 정말 닭 잡아먹고는 오리발 내미는 격이다. 논제가 가리키는 핵심을 짚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지 말자.

2. "으아! 밤새지 말란 말이야!"  장광설 늘어놓기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글을 쓰다 보면 도입 부분이나 단순한 사례 제시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뺏기기 쉽다. 이런 경우, 정작 필요한 얘기는 부족한 시간 때문에, 혹은 분량에 쫓겨 대충 마무리 짓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300자, 500자 등 짧은 분량을 제시하고 있는 통합논술에서는 꼭 필요한 핵심만 서술하기에도 분량이 빠듯하다. 글쓰기 전에 개요를 짜보고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출지 비중과 분량 등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이러한 실수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3. "들쭉날쭉, 너의 답안은 무정부 상태?" 부적절한 단락 구분

문단은 생각의 덩어리다. 생각 중에 덜컥 잘라서는 안 된다. 반대로 생각이 바뀌었으면 잘라줘야 한다. 보통 한 문단은 '주장(혹은 중심생각)'과 '근거(혹은 부연설명)'로 구성되는 것이 좋다. 간혹 문단 구성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한 문장마다 문단을 구분하거나 반대로 글 전체를 한 문단으로 구성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답안은 논지가 분명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분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200~300자 정도가 한 문단을 이루는 것이 적당하다.

4. "다람쥐 띠야? 쳇바퀴를 너무 좋아해!" 같은 내용 반복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논술문은 무엇보다 논리적이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논리적인 전개의 과정이 글 속에 드러나야 한다. 단계적인 과정을 통해 논의가 진척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 말만 바꿔가면서 했던 얘기하고 또 하고 해서는 안 된다. 지면을 채우기 위해서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지루한 술주정만큼이나 받아주기 힘든 것이 무의미한 반복을 일삼는 논술문이다.

5. "그냥! 아무 이유 없어!"  근거 없는 주장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타당하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분명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논술 답안에는 반드시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근거의 가짓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 한 가지라도 주장에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다.

6. "한번 해보자는 거냐?" 감정적인 호소

논술에서 표현은 최대한 이성적이어야 한다. 감정적으로 흥분한 듯한 인상을 주는 글은 결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물론, 일부러 비속어나 적절하지 어휘를 사용하는 학생은 없겠지만, 그래도 논의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분적인 표현이나 한두 마디의 구절에 감정이 스며드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족의 화합을 위해 온 국민이 하나 되는 자세를' 등 감정에 호소하는 서술은 논술에 적합하지 않다. 청중에게 공감도 못 얻고 혼자서 울먹이는 연사의 연설만큼이나 채점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7. "나는야 문학소녀!" 비유적 표현 남발

문학적인 글쓰기와 논리적인 글쓰기는 엄연히 다르다. 논술문의 표현은 객관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물론 한두 번 적절한 관용표현이나 참신한 비유를 쓰는 것은 글의 생동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정작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대신 시도 때도 없이 비유나 상징을 남발해서 내용은 내용대로 전하지 못하고, 내용에 대한 신뢰감마저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낙엽 밟는 소리'는 자신만의 '그대'를 위해 남겨두고 논술문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쓰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