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 고려대 정보통계학과 교수

국가통계는 국가의 정책, 나아가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엄정해야 한다. UN이 엄정한 국가통계 생산을 위해 법에 의해 규율되는 통계 전담 부서를 설치, 운영할 것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국에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유엔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통계기관의 자율성 또는 독립성 확보다. 그러나 우리의 통계청 위상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자율성 또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경부 산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소속될 필요성이 있다.

재경부 산하의 통계청장이 재정경제 외부의 다수 국가통계에 대하여 큰 집행력을 행사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간 수없이 지적되어 온 바이지만 중앙정부부처가 작성하는 유사통계, 중복통계에 대하여 중앙통계기관인 통계청이 올바른 통계조정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중앙정부 편제상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통계청의 위상으로서는 중앙통계기관으로서 참다운 통계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통계청의 위상 재정립이 힘들다면 최소한 국가통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직속기구로 격상시켜 중앙부처의 국가통계 전반에 대하여 올바른 집행력을 행사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 10월 28일 발효된 개정 통계법에서는 부처 간의 이해득실에 기인하여 국가통계의 올바른 자리 매김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이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10대에 걸친 역대 통계청장 대다수는 재정경제부로부터 왔다. 재경부에서 통계청장이 내려오면 통계청은 재경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국가통계가 자칫 상부기관의 입맛에 따라 흐를지 모른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통계청 핵심 요직을 재경부 인사들이 차지, 국가통계 정책결정권자의 모습이 아니라 징검다리 인사의 대기 발령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통계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통계마인드나 전문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국가통계의 신뢰성 확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가통계는 통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행정 의사결정의 인프라인 국가통계가 가치중립적이지 못할 때 그에 기반한 국가행정 의사결정은 가치중립적이지 못할 것이며, 국가통계가 부실할 때 그에 기반한 국가행정의사결정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재무장관 재직 시 영국의 통계청인 ONS(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를 정부조직에서 독립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0년 6월 영국 국가통계위원회(Statistics Commission)가 태동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통계청 위상 재정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통계청과 학계는 통계청의 ‘자율성 확보’, ‘독립성 확보’를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