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물었다. “서울대가 관악구 최고 대학이라던데 사실인가?” 서울대가 우물 안 개구리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정 총장이 대답했다. “신림동에서 1등인 건 확실한데 봉천동에 ‘낙성대’가 있어서 자신이 없다.” 서울대 바로 옆, 강감찬 장군이 태어났던 낙성대(落星垈)가 대학 이름처럼 들리는 것을 빗댄 조크성 답변이었다.
▶서울대 교수들이 줄줄이 서울대를 떠난다고 한다. 최근 5년간 15명이 국내 다른 대학, 또는 외국대학으로 옮겼다. 더 좋은 연구조건, 더 많은 연봉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2005년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이 8759만원이었다. 서울대 정교수가 되려면 5~10년 학위과정을 거친 후 20년 가깝게 교수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받는 연봉이 산업은행 2400명 직원의 작년 평균 연봉(8758만원)과 1만원 차이밖에 안 났다.
▶미국 중동부 어느 주립대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로 있는 한국인 교수에게 물었더니 연봉이 33만 달러라고 한다. 이 교수가 10여 년 전 국내 사립대에서 3년 가르칠 때는 4000만원을 받았다. 최근 국내 몇몇 대학에서 “학장 주겠다” “강의는 주당 두어 시간만 하라”며 오라고 하지만 국내 아파트 값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얼마 전엔 싱가포르국립대(NUS)에서도 “아파트를 주겠다”며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NUS는 1900명 교수 가운데 외국인이 960명이나 된다. 외국인학교가 많아 자녀 교육에 아무 문제가 없고 교수 사택도 시중 임대료의 20%만 내면 쓸 수 있다. NUS는 철저한 성과급제를 하는 대학이다. 전공별로도 연봉 차이가 크다. 공대가 문과대의 2배, 의대는 공대의 2배쯤 된다. NUS는 올해 영국 더타임스 세계 대학 랭킹에서 51위 서울대보다 18 계단 앞선 33등을 했다.
▶작년 세계 석학 6명이 서울대 자연대를 평가하고 나서 “실력 있는 교수를 파격적으로 대우하면서 끌어와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서울대가 신임교수 초기 연구비로 5000만원을 주고 있는데 50만 달러는 돼야 세계적 학자들과 경쟁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예산(4571억원)은 하버드(30억 달러·2조7600억원)의 6분의 1, 발전기금(2400억원)은 하버드(290억 달러·26조6800억원)의 111분의 1도 안 된다. 이래 가지고야 선진국 대학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