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요즘 아이들의 영어 발음이나 말하기 실력은 과거에 비해 부쩍 좋아졌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으로 올라가면서 고급 독해와 쓰기 능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최근 '영어상식 칼럼 100'을 펴낸 이윤재씨는 "초등학교 때는 구어 중심의 듣기와 말하기에 중점을 두고, 중학교부터는 점차 문어체 영어를 중심으로 공부해야 절름발이 영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씨로부터 영어정복 노하우를 들어봤다.
영어 공부 초기에는 단어 암기나 문법 공부 피해야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언어를 받아들이는 능력(듣기·읽기)과 생산하는 능력(말하기·쓰기)를 고루 익혀야 한다. 그렇다면 이 네 가지 능력을 모두 동시에 공부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씨는 "언어학습은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순서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조언한다. 태어난 후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언어습득 과정을 살펴보면 소리교육부터 시키고 그 다음에 문자교육을 시킨다. 가장 먼저 '맘마' '엄마' '아빠'를 듣고 따라 하도록 가르치는 식이다. 영어습득 초기단계 2~3년 동안은 단어·문법 암기나 독해, 쓰기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에는 소리에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듣는 과정 속에서 언어와 생각을 연결하는 연상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다음으로 노래를 배우는 것처럼 '듣고 따라 말하기'를 해야 한다. 옛날 서당에서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훈장님을 따라 천자문을 소리 내 외웠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렇게 글자를 배우면 자신도 모르는 새 문리(文理)가 트이게 된다.
중학생부터는 문법·독해 위주로 공부해야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문법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문법을 알면 문장의 짜임새를 알 수 있다. 미로처럼 보이는 복잡한 문장도 문법을 제대로 알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훤히 보인다. 문법은 언어의 체계이자 규칙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한국어 문법을 잘 몰라도 한국말을 잘하고, 영어문법은 원어민보다 영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더 잘 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년시절에 스스로 인식하기도 전에 자연적으로 언어체계를 익히기 때문에 마치 자신이 모국어의 문법과 구조를 모르는 채 말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문법의 원리는 발음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You may go there, if you want to"라는 문장에서는 'want to'가 [w�ntu;]로 발음된다. 그러나 "I want to go there"에서는 'want to'가 [w�n�]로 발음된다. 전자의 'want to'는 대동사로서 'to go there'를 대표해서 발음하기 때문에 각각을 분명하게 발음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발음의 기본 원리 또한 문법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이씨는 "초등학교 6년은 말하기 중심으로 '배우기(learning)'하고 중학교부터는 영어 공부의 중심축을 문법과 독해 위주의 '공부하기(studying)'로 점차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0개의 좋은 문장을 이해하고 통째로 암기하라
이씨는 "영어를 공부하는 데 가장 빠른 길은 '까치둥지 구조 영어'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까치둥지는 24~52㎝ 정도의 나뭇가지 약 1000개를 촘촘히 엮어 만드는데, 높은 나무 꼭대기에 있지만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영어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대략 30개 전후의 단어가 설계도(문법·어법)에 따라 잘 조합된 약 1000개의 좋은 문장을 선택한 후 그 안에 있는 모든 문법 이론부터 구두점의 의미까지 완벽하게 이해한다. 문장의 짜임새와 문장 안의 각 단어 및 구절의 의의와 용법을 모르고서는 영어 공부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 문장들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 영어를 마스터하는 가장 정통한 방법이다. 1000개의 문장이 머릿속에 장착되면 그 틀에다 어휘만 갈아 끼우면 된다.
예를 들어 ‘lose(잃다)’라는 단어보다는 ‘lose track of~(~의 진로를 놓치다)’란 구를 익히는 것이 좋다. 또 구를 익히는 것보다는 ‘You should be careful not to lose track of the luggage on such a long journey(그렇게 긴 여행에서는 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란 문장을 익힘으로써 뜻만 외우는 게 아니라 활용법까지 익히도록 한다.
이씨는 “아무리 많은 단어를 외운다 해도 그것은 쓸모 없는 토막영어일 뿐 담화 구사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단어를 여러 개의 예문으로 숙지해 그 단어의 활용능력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