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신정아씨의 가짜 학위를)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회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장윤 스님은 지난 6일 변호사를 내세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양심적 내부제보자)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변 전 실장의 가짜 학위 파문 무마 시도 등을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변 실장의 회유를 받고 신씨를 두둔한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장윤 스님은 지난 7월 8일 변 전 실장을 만나 “조용히 있어달라”는 부탁을 받을 당시, 만남을 중재한 제3자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을 우려해 언론 앞에 나서지 않고 ‘잠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서울 삼성동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스위트 룸에 지인을 만나러 간 일이 언론에 노출됐을 때 일부 언론은 ‘호화판 잠행’이라고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장윤 스님 법률대리인인 이중훈 변호사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윤 스님 측근들에 따르면 검찰은 이 보도 이후 장윤 스님의 배후를 조사한다면서 호텔측을 통해 스님이 잠깐 들렀던 스위트 룸 사용자 등도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권력 배후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의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뒷조사를 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권력자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람의 뒷조사를 했다면 이는 검찰의 ‘오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장윤 스님측에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 스님은 변 전 실장과 신씨의 ‘부적절한 친분’이 밝혀진 뒤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측근들은 “변 전 실장이 장윤 스님에게 도움을 주려는 줄 알았는데, 결과를 보니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 같다”고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측근들은 장윤 스님이 신씨의 가짜 학위 문제 제기로 동국대 이사직에서 해임될 때도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장윤 스님은 뜻밖에 파문이 커진 데다, 자신 때문에 주변 인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