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과학도시 대전의 시립미술관에서는 지금 ‘2007 대전 FAST: 모자이크 시티’전(10월 7일까지·042-602-3200)이 열리고 있다. ‘대전 FAST’는 지난 2000년 이후 대전시립미술관이 과학과 예술이 결합하는 현장을 보고하는 미디어 아트 축제이다.
올 전시도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들의 비디오, 컴퓨터 게임, 설치, 사진 등으로 예술 판을 가로지르는 첨단과학의 상을 보여준다. 전시의 제목이 시사하듯 ‘모자이크 시티’는 폐가에서부터,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상가의 간판 그리고 가상의 공간까지 14 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제작한 도시의 조각조각들을 짜맞추도록 하는 전시이다.
이 중 패트릭 마알의 영상설치작품 ‘유닛비드(Unit Bead) 3.0’은 한국 문화에서 그가 받은 인상을 가상 공간 안에 구축한 것이다. 그가 만든 도시의 고층빌딩 형상은 한국산 스티로폼 포장재를 수직으로 쌓은 모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것이다. 이런 그래픽 여럿으로 하나의 도시를 만들었다. 관객은 포장재를 쌓고 병치하여 세워진 컴퓨터 속의 도시를 산책한다. 각 나라마다 그 지역의 미학이 존재하고 그 미학에 따라 상품은 디자인되는 것이기에 이들 포장재의 모양 또한 그 지역 즉, 한국의 미감을 감싸 안게 된다.
이 전시가 보여주는 도시는 여느 도시 일 수도 있지만 대전의 모습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면 박준범은 대전시립미술관의 이미지 위에 월마트, 교회 등의 간판을 하나하나 붙여가 작업의 후반 부에는 미술관 건물 모든 모서리를 간판들로 빼곡하게 채운다. 관객은 미술관을 방문할 때 경의의 마음 가짐을 가지게 되는데, 이 작가는 대전 시립미술관을 마치 간판으로 뒤덮인 흔한 상가처럼 보이게 해서, 미술관의 위엄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상가의 천박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질문을 하게한다.
이 전시에는 또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는 빌딩을 찍은 사진들이 늘어서 있다. 이는 권순관의 사진 작업, ‘매혹적인 구조에서 행위를 정제하다’이다.
도시의 야경을 장시간 동안 조리개를 열고 찍어, 밤하늘은 검지 않고 불 켜진 사무실은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밝다. 곳곳에 발견되는 인물 또한 별다르지 않은 포즈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상치 않다. 이야기를 반복하는 여자와 이에 무관심한 여자, 가방을 든 남자와 그를 잡아 끄는 남자 등의 부제가 붙은 그의 사진들은 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 이면의 삶을 보여준다.
‘2007 대전 FAST’전에게 보내질 가장 큰 찬사는 기술 지향주의로 보이기 쉬운 미디어 작업인데도 관객이 마치 소설 속을 산책하듯 감상하도록 만든 점이다. 낡은 TV 모니터 같은 로우(low) 테크 작업을 하이(high) 테크 작업에 적절하게 배합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