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큼 새큼한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시금새금 마을에 사는 로링야는 동네 최고 말괄량이 아가씨다. 걸핏하면 친구들과 싸우고 이 집 저 집 울타리를 발로 차기 일쑤다. 마을 꼬마들이 가지고 노는 공을 빼앗아 터뜨리고, 남의 집 담벼락에 ‘똥이나 먹어라’ 낙서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마을 사람들은 ‘로링야’라는 이름 대신 ‘뾰로통이’라고 별명을 부른다.
심술쟁이 로링야가 가장 싫어하는 친구는 새침떼기 송노란이다. 조금 예쁘다고 잘난 척 하는 꼴이 너무 보기 싫다. 더 미운 건 짝사랑하는 토주 오빠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이다.
억울하고 분한 로링야는 마법의 차를 마시는 호조 부인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송노란을 혼내주고 토주 오빠의 사랑을 찾으려면 마법의 차를 얻는 방법 밖에는 없다. 로링야는 질퍽질퍽 숲을 지나 구름바위를 넘어 호조부인이 사는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결국 마법의 차를 얻었을까? 로링야는 호조 부인이 끓여준 꽃차를 마시다가 찻물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문득 깨닫는다. “나도 꽤 귀엽게 생겼군.”
사실 로링야의 매력을 일깨워 준 이는 호조 부인이었다. 첫 장에서 생김새가 비밀에 싸여있던 호조 부인은 새의 얼굴과 날개를 가진 이상한 모습으로 밝혀진다. 놀란 로링야에게 호조 부인은 ‘호르르르’ 맑은 소리를 내며 웃는다. “내가 그렇게 이상하게 생겼니? 아기 당근처럼 귀여운 아가씨?” “아기 당근이라고요? 설익은 호박 같고 깨진 감자 같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아기 당근처럼 귀여운 아가씨라는 말은 처음 들어요.”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로링야는 호조 부인의 칭찬에 마음을 열게 된다.
로링야가 마법의 차를 마셨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아니다. 작가는 로링야가 숲에서 만난 지렁이 아저씨를 설득해서 호조 부인 집으로 함께 길을 떠나고, 질퍽질퍽 숲과 구름바위라는 시련을 인내와 재치로 넘어서는 과정 자체가 곧 성장이란 점을 암시한다. 결국 마법은 고난을 이겨낸 자신을 사랑하는데 있었다.
자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의 소중함,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 같은 당연한 교훈을 재미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로 솜씨 있게 풀어냈다. 늘 제멋대로 행동하고 친구를 질투하며 짝사랑에 설레는 로링야는 오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읽다 보면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창작동화다. 앙증맞고 귀여운 그림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초등 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