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9시 멕시코 남부 유카탄주 메리다시 외곽의 애니깽 농장. 35도가 넘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탈북 청소년 8명과 한국 청소년 8명 등 16명이 땀방울을 흘리며 애니깽 잎을 자르고 있었다. 이들은 KBS가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남북청소년 역사탐험대’ 대원들. 약 100년 전, 나라 잃은 설움을 삭이며 조국을 떠난 애니깽 조상들의 이동경로(멕시코, 쿠바 등)를 추적해 그들이 살아온 흔적을 살펴보고, 그 후손들을 만나는 체험 행사(8월 2~20일)에 참가했다.
긴 칼과 낫으로 열심히 애니깽 잎을 자르려 했지만 단단한 잎은 뜻대로 잘리지 않았다. “아얏” 구지연(여·21·한국외대 2년)씨가 날카로운 가시에 찔렸다. 여기 저기서 “아얏! 나도 찔렸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아요”라고 이한림(여·16·경화여고 2년)양은 더위에 지친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아버지가 북한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김혁(26)씨는 흘러내리는 땀을 연방 훔치며 “(애니깽 조상들이) 이런 험한 일을 하루에 15시간씩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곳에서 고생했을 조상들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탈북 후 한겨레학교에 다니고 있는 최원일(20) 대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인임을 잃지 않고 푼돈을 모아 독립자금을 보냈던 우리 조상들을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담당한 조휴정 KBS 라디오 프로듀서는 “남북 청소년들이 직접 100년 전 조상들의 고난의 역사를 체험해 본다는 취지로 탐험대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역사탐험대는 현대모비스, SK에너지, 한국암웨이, C&M, 트렉스타 등이 협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