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영화에서 ‘수술 중 각성’이라는 소재가 등장했다.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 환자에게 그 당시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가능성 설정 으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 수술 중에 의식이 돌아온다?

수술을 앞두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은 바로 마취이다.

정확히 마취라는 것은 전신마취를 의미한다. 전신마취의 목표는 유해자극에 의한 운동 방해를 차단하고 최면 상태를 유지시키며 기억을 상실시키는 것이다.

즉 깊고 완전한 무의식 상태를 뜻하는 것이라고 대한마취과학회 홍보이사인 이병호 교수는 설명했다.

그리고 수면 마취는 일종의 최면 상태를 유지시키는 한 방법이므로 정확히 마취의 성격은 아니며 극한의 고통의 제어가 필요한 수술에는 쓰이지 않는다.

마취라는 것은 일단 수술 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흡입법과 정맥주사마취를 이용하여 주입한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나면 다시 서서히 조절해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또한 5시간짜리 10시간짜리 수술은 있지만 마취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마취의 기능은 수술 시간에 따라 끝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마취약제 주입 농도 조절은 마치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듯 고도를 높이고 유지시키며 낮추는 원리라고 이교수는 설명했다.

‘각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현상은 수술 직후 환자에게 구두상으로 말을 걸었을 때 환자가 일종의 반응은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완전히 깨어났을 때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간혹 수면 마취를 하고 수술이나 치료를 했는데 그 당시 통증을 느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는 마취의 범주에도 맞지 않고 각성이라는 표현도 해당이 안 되는 것이라고 이교수는 전했다.

◇ 이론상으로 가능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안정적인 전신 마취 주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간혹 그 수위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는 있다. 예를 들어 큰 외상을 입었거나 중환자, 출혈이 심한 환자, 정신 상태가 극도로 혼란을 보이는 환자이다.

그런 환자들은 일반적인 수준의 마취투입을 시행할 시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져 사망까지 이르는 일을 막기 위해 마취약제를 깊이 있게 주지 않는다고 이교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면 중 각성'은 이론상으로 가능해진다.

하지만 수술 중에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지켜보고 안정적이라고 판단될 시 약제를 깊이 있는 농도로 재투입한다.

완전한 무의식 상태를 이끄는 전신마취를 이용, 수술 중에도 전개상황을 지켜보며, 시간상 일찍 끝나 버릴 수 있는 개념이 아님을 비롯해 ‘수술 중 각성’이 일어날 확률은 사실상 매우 희박하다.

그럼 여기서 한 번쯤은 일어날 수도 있는 현상인데 근본적인 대비책은 없느냐고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이교수는 이 문제가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술 중 각성’의 발생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예방 조치를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수술 중 각성’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

이교수는 의식이 전혀 없는 환자를 상대로 환자의 의식 상태와 마취제 농도 여부를 비교 분석 한다는 것은 매우 비윤리적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