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동양성형외과는 부위별로 팀을 구성해 협동진료한다.

성형 열풍이 불면서 고급인력이 성형외과로 몰리는 의료 왜곡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료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휴대전화 과소비가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과 마찬가지로 성형의료 산업의 발달로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성형의 산업화는 소규모 개인병원 위주의 성형외과를 대형화하는 계기가 됐다. 명성이 있는 병원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병원이 확산된 데 이어 의사 여러 명이 모여 대형병원을 세우고 시술분야별로 전문화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지난 7월 초에는 규모 면에서 각각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던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가 합병해 국내 최대의 성형외과가 탄생했다. 이를 계기로 성형외과 병원가에 합병을 통한 대형화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BK동양성형외과(공동대표원장 김병건·신용호·홍성범)는 성형외과 전문의만 15명이고 피부과·마취과·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해 의사가 19명이다. 간호사 등 직원을 모두 합하면 인원이 120명이다. 국내에 5개 지점과 중국의 3개 지점 등 총 8개의 지점을 둬 매출액이나 직원 수 등에서 웬만한 중견기업을 뺨치는 규모의 매머드급 병원이 된 것이다.

"전문의 인력이 많으면 서로 감시자가 되기 때문에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아집니다. 혼자 시술을 할 때는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분야의 동료 전문가가 지켜보고 있으면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술수준이 올라가는 겁니다."

동양성형외과 출신의 홍성범 원장은 두 대형병원의 합병이 성형수술의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부위별로 팀을 구성해 성형수술과정을 전문화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BK동양성형외과는 눈성형팀 전문의 6명, 코성형팀 전문의 4명, 안면윤곽성형팀 전문의 3명, 체형교정성형팀 전문의 2명으로 각각 팀이 구성돼 있다. 각 팀에는 전문상담실장과 간호사가 배치되어 체계적으로 진료과정이 흘러가도록 했다. 예를 들어 눈 성형을 원하는 환자가 방문하면 우선 상담실장이 1차 상담을 하고 눈성형팀의 전문의가 2차 상담을 한다. 수술이 결정되면 눈성형팀의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의 특성과 정보를 교환하며 수술방법을 논의한다. 수술 후에는 담당 코디네이터가 환자를 전담하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일상생활에 안정적으로 복귀하기 위한 사후관리를 한다.

2명의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게 된 것도 병원을 대형화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또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호흡 등의 경과를 관찰할 수 있는 장비도 충분히 구비할 수 있었다. 수술은 그 자체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수술을 돕는 마취과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출장 마취과 전문의는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깨어나면 돌아가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응급상황에 대해서는 대처하기가 힘들다. 흔하지는 않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이후 회복단계에서 의료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러 명의 의사가 모여 진료할 때 생길 수 있는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BK동양성형외과는 특별한 원칙을 세웠다. 홍 원장은 “수술을 잘 하는 의사가 혼자만 수익을 많이 낸다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료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며 “의료기술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세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려운 케이스가 있으면 동료를 불러 의논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특히 수술이 잘못 돼 재수술을 할 때는 여러 명이 함께 의논을 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병원이 대형화되면서 연구와 교육 중심의 시스템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최신 의학지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학회에 참석하는 등 연구활동을 해야 하는데 소규모 개인병원으로서는 의사가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 제약이 있다. BK동양성형외과는 국제학회에 1명 이상이 참석해 그 성과를 동료 의사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1주일에 2회씩 병원 내 회의를 통해 각 팀별 환자에 대한 정보와 시술방법을 논의하고 1년에 10건 정도의 연구논문을 발표한다. 새로운 수술기법을 개발하거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1년에 3~4차례 해부학실습도 한다. 대학의 해부학교실과 자매결연을 하거나 중국에 출장을 가는 방식으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BK성형외과 출신의 김병건 원장은 "성형기술을 발전시키고 BK동양성형외과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 합병의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해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성형외과 기술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히 인정 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외국의 의료진이 한국의 성형기술을 배우러 오고 있다. 중국의사협회가 중국 의사들을 모집해 BK동양성형외과에서 교육을 받는 '한·중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최근 열린 심포지엄에는 80여명의 중국의사들이 '긴 곡선 사각턱 절제술' '쌍커풀 재수술' 등 성형기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수술과정을 지켜봤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시술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없어서 수술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극장에서 생중계하며 교육을 했다.
BK동양성형외과에서는 성형수술 여행을 온 중국 여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국 난징에서 온 연예인 지망생 서수아이(26)씨는 "중국에선 한국 여성이 예쁜 것은 성형수술을 잘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성형외과는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도 한국에서 수술 받으려는 중국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는 중국인 수가 3년 새 3배 정도 늘었다"며 "초반에 고전을 했던 중국의 분점도 작년 후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3명의 중국인 상담인력이 배치돼 있고 김 원장도 중국 진출을 계기로 중국어를 배웠다.
BK동양성형외과는 개인병원의 수준을 넘어 바이오벤처사업에도 진출했다. 춘천에 무균시설을 갖춘 제약회사 '휴젤'을 세웠고 앞으로 주름살 치료제인 보톨리늄톡신(보톡스)을 제조할 예정이다.

대형병원답게 사회공헌활동도 일반 기업처럼 한다. 병원 지하에는 과거 동양극장의 명맥을 이은 BK동양아트홀을 운영하고 있고 BK장학재단을 세워 6억원을 출연했다. 또 신용호 원장은 지난 5년간 세계심장재단·국제구호기구·국제복지건강기구와 함께 1년에 2차례 이상 해외봉사활동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