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을 하는 후배 때문에 고민입니다. 제가 뭐라고 한 마디를 하면 꼭 두 마디를 합니다. 절대 지고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저는 성격이 별로 과격하지 않은 편이라 웬만하면 받아줘 왔습니다. 제가 좀 내성적이라 후배가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주니까 편한 것도 솔직히 있었거든요. 멘토가 된다는 기분으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선을 넘는 일이 있어 자꾸 눈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일을 하나 마치고 윗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마치 자기가 다 혼자 한 것인 양 얘기하는 거예요. 새로 준비하는 일부터는 자기가 제 위에서 있다는 듯이 말하는 뉘앙스가 자꾸 느껴집니다. 갈라설 입장도 못되니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여의도에서 N )
공격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남에게 진다고 여기느니 처음부터 포기해버릴 정도로 경쟁적이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식으로 자기가 결과와 관계없이 옳다고 여깁니다. 논쟁을 좋아하며 “그래 네가 맞아”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끝을 내지 않습니다. 위계질서에 민감해서 어느 자리에 가든 먼저 상하 관계부터 따져서 정리를 해야 편해집니다. 이런 사람의 장점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라 자기가 해야겠다는 일이 있으면 저돌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죠. 돌쇠형 저력입니다. N씨의 경우 후배의 이런 면을 존중해서 함께 일을 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제 후배는 N씨를 자기 윗사람이 아니라, 딛고 올라갈 만만한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N씨는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사람으로 그를 기용해왔지만, 그러다 보니 그 후배는 자신이 유능하고 N씨는 무능해서 그런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N씨가 혼을 내고 벌을 주기보다 칭찬하고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대인관계를 맺어온 것도, 후배의 마음에 N씨를 ‘만만한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역효과가 난 것 같습니다.
이런 기질의 사람이 어느 날 대오각성해서 N씨의 의도를 이해하고 존경을 하게 되리라 기다리는 것은 타조가 하늘을 날아가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한 번 확실히 선을 그을 액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p·s 그 동안 N씨는 자신의 성격대로 유연하고 약간은 수동적인 자세로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해나간다는 멘토적 자세만 취해온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당신 안에 있는 보스의 냉정한 칼을 보여줄 때입니다. 구차하고 치사해 보이더라도 당신이 갖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이용, 이끌어주지는 못해도 마음만 먹으면 후배의 일과 인생에 태클을 걸어서 내상을 입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 정도는 해줘야 후배는 N씨와 동등하지 않고 상하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당신을 은연중에 도발하는 일을 삼가게 될 것입니다. 사나운 개를 말로 타이르기만 하다가는 물리기 십상이랍니다.
(건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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