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놈들의 주구가 돼 가지고 온갖 아첨 다 하고…’의 ‘주구’는 ‘走狗’라 바꾸어 쓴 다음에야 그 뜻을 분석해 낼 수 있다.

走자의 상단은 大(대)의 변형으로 달리는 모습을 본뜬 것이고, 하단은 ‘발자국 지’(止)의 변형이다. 종합하자면, 열심히 달리는 사람의 발자국을 통하여 ‘달리다’(run)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狗자는 ‘강아지’(puppy)를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개 견’(犬)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句(글귀 구)는 발음요소로 뜻과는 무관하다. 작은 개, 즉 강아지는 狗라고 했고, 다 큰 개는 犬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走狗(주:구)는 ‘사냥꾼 앞에서 달리는[走] 개[狗]’가 속뜻인데, ‘남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일찍이 장자 가라사대, ‘잘 짖는다고 훌륭한 개라 할 수 없듯이, 말을 잘 한다고 훌륭한 인재라 할 수 없다.’(狗不以善吠爲良, 人不以善言爲賢 - 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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