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엄용수(55)의 가족사는 특별하다.

두 번 결혼해 두 번 이혼, 애만 모두 셋을 낳았다. 2남 1녀. 그 가운데 자식 둘이 '가슴으로 낳은' 딸, 아들이다.

입양한 아들은 일찌감치 제 짝을 찾아 분가를 했다. 하나 밖에 없는 딸도 6월 말 결혼한다.

10일 오후 서을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엄용수는 대뜸 처음부터 자식 자랑에 열을 올렸다.

"우리집 애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능력들이 좋은지요. 서른살 먹은 큰 아들은 23살 때 결혼해서 아들, 딸 골고루 낳고 살죠, 우리 딸이 골라온 사윗감은 또 얼마나 번듯하고 성실하다구요. 애비는 서른 여덟에 처음 결혼해 두 번이나 실패를 했는데 말이죠. 그런 점은 적어도 아버지 안닮아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 시골집 찾아온 예전 '한지붕 가족', 보듬어 살아온 게 20년

엄용수가 자녀를 입양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예전 시골집에서 세를 살던 집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고아원 생활을 하다가 도망쳐 예전에 살던 집이라고 어머니를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아이들이 사정이 여간 딱한 게 아니었어요. 어머니는 병으로 일찍 유명을 달리하셨고, 아버지마저 시력을 잃고 세상을 떴죠. 그래도 한 때는 한 지붕 아래 살던 사람들이니 남달랐죠."

엄용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모른 척 뿌리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린 애들이 안됐잖아요. 고아원 싫어 뛰쳐나온 애들을 어떻게 다시 시설로 돌려보내요. 그냥 아저씨랑 같이 살자 하면서 가족이 됐어요."

엄용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갖지 말아달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

"내 자식, 남의 자식 구분지어 생각해본 적도 없을 뿐더러, 그런 선입견으로 인해 아이들이 혹여 상처라도 받을까 걱정이 앞선다"는 게 이유였다.

◇ "내 자식, 남의 자식 차별없이 사랑하나 매일 스스로 되물어"

"전 입양이라는 단어도 가급적 안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피 한 방울 섞이고, 안섞이는 게 가족 되는 데 뭐 그리 중요해서요. 부부도 처음에는 다 '우연'으로 시작되는 거 아닌가요? 우연이 인연 되고, 인연이 결실을 맺으면 가족이 되듯 우리 아들, 딸과의 만남도 그러했네요."

엄용수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가정에서 한 명씩만 맡아줘도 이 세상에 부모 없이 고생하는 아이는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양을 또 너무 쉽게 생각하고 결정지어서도 안된다고 그는 조언했다. 엄용수 자신 또한 아이들을 키우며 수많은 자책과 반문을 거듭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내 자식도 키우다 보면 힘에 부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잖아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날 없다는 말도 있구요. 매일 매일 제 자신에게 되물어야 했어요. 과연 내가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차별없이 대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죠."

두 번의 이혼으로 아내가 있었던 순간보다 혼자인 때가 더욱 많았던 그다. 남자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있었기에 자신의 생활이 외롭지 않고 더욱 풍요로울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이 어느덧 성장해 며느리에 사위까지 보게 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는 개그맨 엄용수.

그는 "자식은 역시 많고 볼 일"이라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작권자ⓒ이데일리 - 1등 경제정보 멀티미디어 http://www.edaily.co.kr>

- 당사의 기사를 사전 동의 없이 링크, 전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