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모터사이클)’가 시끄럽다.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불법 개조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불구속 입건됐고, 일부 대형 오토바이 이용자들은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을 허용하라며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왜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나?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오토바이 동호인 모임 결성식을 가진 뒤, 오토바이를 타고 회원들과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마이데일리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 한 쪽에 대형 오토바이가 한 두 대씩 모여들었다. '뭉치 아빠 후원회 발기인 대회'라고 쓴 플래카드가 곧 내걸렸다. '뭉치아빠'는 현직 경관으로 지난달 9일 평택~안산 고속도로에 오토바이를 몰고 진입했던 박동성 전 경사(서울 관악서·47)의 인터넷 카페 아이디. 그는 지난달 18일 열린 관악서 징계위원회 결정에 의해 파면 조치됐다.

박 전 경사는 경찰 경력 20년이 넘고, 미군범죄를 다룬 경력이 있어 경찰학교에 최근까지 출강해왔다. 그런 그가 파면 당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과, 콧수염을 기르고 다녔으며, 옷에 명찰을 달고 다니지 않았다는 것.

# 1972년부터 고속도로 이용 못해 

이륜차 동호인들은 이날 박 전 경사의 복직과 생계지원을 위해 후원회를 조직했다. 60여명의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참석했다. 후원회장으로 뽑힌 권달술 부산 신라대 교수(미술학과·부산조각협회회장)는 "벌금 30만원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미함에 비해 과다한 중징계를 받았다"면서 "뭉치아빠가 복직될 때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뭉치 아빠'가 나타났다. 콧수염을 깎은 다른 모습이었다. 징계 전 조사를 받을 때 '자숙'차원에서 밀었다고 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것과 관련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 규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다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 오토바이가 처음부터 못 들어갔던 것은 아니다. 1972년5월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125cc, 250cc 국산 오토바이들이 시속 100km는 너끈히 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자동차는 시속 80~90km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와 함께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됐다. 자동차전용도로의 경우도 1991년 12월부터 아예 오토바이의 진입이 금지됐다.

그 동안 마이너리티였던 바이크라이더들이 최근에 늘어나면서 "세금 등 모든 의무는 자동차와 똑같으면서 권리가 제한을 받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하기 시작했고, 박 전 경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후원회 발족식 행사에 참가했던 전국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의 김지석(인터넷 동호회 아이디 피터 김)대표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다"면서 "대만도 작년에 배기량 600㏄이상 이륜차의 고속도로 운행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운행이 위험하다는 건 근거 없는 오해"라며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 금지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올해부터 경찰은 '잘못된 이륜문화,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이륜차 운행 질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4월 홍보기간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연말까지 단속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경찰의 단속과 관련, 사이버 공간에서는 고속도로 진입 등 실정법 불복종운동에 대한 경찰의 보복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경찰청 교통안전과 김한철 경감은 "과거 안전띠 매기 운동, 정지선 지키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던 것처럼 올해는 이륜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제품 오토바이업체 문 차퍼스의 제품.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대형 이륜차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건 ‘레저형’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대표적인 대형 바이크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 BMW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김윤영 대리는 “2006년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할리 소유자는 현재 국내에 약 3000명으로 추정된다. 빅 바이크는 30, 40대가 주로 타고 있다. 6000만원대의 미국산 수제품 모터사이클도 지난 3월 국내에 진출했다. ‘이륜차의 페라리’로 불리는 알렌네스(Arlen Ness)도 한국 딜러를 선정, 서울 한남동에 전시판매장을 냈다.

# 동호인 늘면서 목소리 커져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해프닝에 이어,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불법개조 오토바이를 타다가 입건되며 구설수에 올랐다. 일부 바이크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독특하게 개조해 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바이크'를 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커스텀 바이크'(custom bike)라고 불리는 오토바이 개조는 특히 할리데이비슨 이용자들에게는 하나의 컬처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으며, 공인(公認) 커스텀 전문 업체도 많다. 커스텀 과정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은 국내 케이블TV를 통해서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커스텀 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요구하는 안전검사와 배기가스, 소음 검사에 합격한 공인업체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공인 받은 커스텀업체로 '문 차퍼스'(대표 이현의·서울 성수동 소재)가 유명하다. 이 업체는 1년이 넘는 시일 끝에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기준을 통과, 3000만원대의 '차퍼' 스타일 커스텀 바이크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무허가 업체들은 정부의 제조허가를 받지 않은 채 만들고 있어 문제다.

경찰에 따르면 최민수씨는 무허가 업체가 불법 개조한 할리데이비슨을 작년 5월부터 탔다. 사이버 공간에서 '최민수 오토바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그의 오토바이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바이크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최씨가 타고 다닌 오토바이는 무적 차량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의 김은배 팀장은 "불법 개조 이륜차는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운행 중 사고가 우려된다"면서 "업체들이 차대로 사용하는 파이프의 재질과 용접 기술 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오토바이 동호인 모임을 발족시켜 시선을 끌었다. '리카온' 동호회 창립행사는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요란하게 열렸다. 행사에는 오토바이 동호인인 독고영재씨 등 연예인들도 참석, 출범을 축하했다. 최민수씨는 지난 해 말 모TV 프로그램 몰래카메라 코너에서 헬멧(Helmet)을 착용하지 않고 주행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리카온은 창립 행사에서 안전 헬밋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후배의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나온 최씨도 헬멧을 쓰고 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