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일본 투수와 비슷하네!"

요즘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가질 법하다.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낙차 큰 포크볼을 많이 구사하는 일본 투수들의 패턴과 흡사하다.

프로야구 마운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투수들이 직구 보다는 변화구를 선호하고, 그 중에서도 횡으로 변하는 슬라이더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신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체인지업, 포크볼 등이 새로운 주력 구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슬라이더도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백도어 슬라이더가 유행이다.






스트라이크존 변화… 직구보다 변화구 선호
백도어 슬라이더도 자주 구사









◇ 커브











◇ 체인지업◇ 포크볼

▶변해야 산다

올 들어 투수들의 주력 구종이 바뀌고 있는 것은 스트라이크존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은 줄어들고 상하 폭이 길어지면서 투수들은 이제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직구는 타자들이 궤적을 파악하기 쉬워 그만큼 공략하기가 쉽다.

때문에 투수들은 직구보다 변화구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변화구 중에서도 지난 시즌까지 국내에서 가장 보편화돼 있던 슬라이더는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로는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커브와 체인지업, 포크볼 등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가 쉬워져 새로운 주력 구종으로 등장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포크볼을 구사하는 투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손가락을 덜 벌리는 반포크까지 포함해 포크볼을 구사하지 않는 투수들을 찾기 힘들다.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너도 나도 포크볼을 익힌 결과다.

수요일(2일) 잠실 현대전에서 7이닝 6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LG 에이스 박명환의 예를 보자. 이날 던진 공은 총 111개. 이중 직구는 45개, 변화구가 66개로 변화구 비율이 59%였다. 또 변화구는 슬라이더 48개, 커브 12개, 포크볼 6개 등이었다. 슬라이더 일색에서 변화구가 다양해졌고, 슬라이더도 우타자 바깥쪽으로부터 휘어져 들어가는 백도어 슬라이더가 자주 구사됐다.











종으로 떨어지는 공의 궤적





타자들 적극적-볼넷은 소폭 증가

▶타자들의 생존법-기다리지 않는다

투수들의 낙차 큰 변화구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타자들은 히팅 포인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무엇보다 공의 궤적을 판별해 내기가 쉽지 않고, 타석에서 예전처럼 치기 좋은 공을 골라내기 위해 뜸을 들이다가는 삼진을 먹기 일쑤. 낮았다고 생각했으나 주심의 손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타자들이 기다리지 않고 웬만하면 방망이를 휘두르려고 노력하면서 게임이 거듭될수록 삼진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경기당 평균 13.02개의 삼진이 나왔으나 올시즌에는 2일 현재 경기당 평균 11.64개의 삼진이 기록됐다.

이처럼 타자들이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데도 볼넷은 오히려 소폭이나마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것이 이채롭다. 지난해 한 경기당 평균 볼넷은 6.46개, 올시즌에는 7.23개.

이는 아직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제구력이 완전치 못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보통 투수가 한 가지 구질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아직 포크볼 등의 구사가 서투르다 보니 스트라이크존을 형편없이 벗어나는 변화구도 적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