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제는 ‘디지털 세계와 정수 - 이진법’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컴퓨터, 전기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정보라 하면 ‘전기적인 두 가지 상태로만 표현되는 신호, 즉 1과 0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따라서 이진법의 수로 표현할 수 있는 양’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진법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두 가지 기호 1과 0은 ‘있음과 없음’, ‘옳고 그름’, ‘전깃불이 켜지고 꺼짐’으로 나타내도 된다. 이진법을 ‘전깃불이 켜지고 꺼짐’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1930년대의 전기를 이용한 통신혁명을 가져왔으며 현대적인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제공하여 정보처리 혁명을 이끌었다.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의 존속에 있어 의미있는 사정이나 정황에 관한 ‘알림’이나 ‘보고’를 일반적으로 ‘정보(information)’라 한다. 최근에는 통신, 컴퓨터, 자동제어 기술이 발달하게 되자 정보가 새로이 개념화되어, 인간을 떠나 객관적으로 전달, 처리될 수 있는 단계에서의 정보를 주로 가리키게 되었다. 따라서 정보의 생산, 전달은 물론 보존, 가공(정보처리)도 행해지는데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정보의 특징은 그 표현형식과 의미내용이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보의 의미내용을 떼어내고 그 표현형식 즉 부호(code)만을 채택한 경우의 정보를 ‘기술적 정보’라 하는데 이를 일반적으로는 ‘패턴(pattern)’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적 정보는 정보전달(통신), 정보처리에서 다루어지며 양적으로 규정될 수도 있다.

기술적 정보의 측면에서 인간이 다루는 대부분의 정보는 정수로 표현할 수 있고 모든 정수는 이진수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다루는 대부분의 정보는 이진수로 나타낼 수 있다.


논제

짧은 길이의 눈금자를 이용하여 인간이 다루는 대부분의 정보를 나타낼 수 있음을 설명하시오.(단, 자 위에 자기가 원하는 위치를 정확히 표시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즉,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이상의 충분한 정밀도를 가지는 눈금자가 있다고 가정한다.)

해설

지트(digit), 디지털(digital)은 사람의 손가락이나 동물의 발가락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말로서 아날로그(analogue)와 대응되는 개념이다. 이것은 임의의 시간에서의 값이 최소값(최소단위)의 정수배로 되어 있고, 그 이외의 중간값을 취하지 않는 양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양, 디지털은 불연속적인 양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목시계나 체중계에는 ‘바늘’로 눈금을 가리키는 것과 ‘숫자’로 직접 표시하는 것이 있는데 앞의 것이 아날로그 계기이고 뒤의 것이 디지털 계기인 것이다.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논제를 해결해 보자.

아래 그림과 같은 짧은 길이의 자를 생각하자. 자의 양 끝에 정수 0과 1을 대응시킨다. 그러면 0이상 1이하의 모든 실수가 자 위의 한 점과 일대일로 대응된다. 논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이상의 충분한 정밀도로 눈금을 새길 수 있다고 가정한 사실에 주목하면 다음과 같은 논의를 전개할 수 있다.

이 자를 이등분하여 왼쪽 구간(0~0.5)을 L(Left)로 나타내고 오른쪽 구간을 R(Right)로 나타내기로 하자.

이렇게 만들어진 두 구간을 다시 각각 이등분하여 만들어진 네 구간을 각각 왼쪽부터 LL, LR, RL, RR로 나타내기로 하자. 이것은 각각 왼쪽의 왼쪽, 왼쪽의 오른쪽, 오른쪽의 왼쪽, 오른쪽의 오른쪽 구간을 의미한다. 다시 이 네 구간을 각각 이등분하여 만들어진 여덟 구간을 왼쪽부터 각각 LLL, LLR, LRL, LRR, RLL, RLR, RRL, RRR로 나타내기로 하자.

여러분은 이러한 과정으로 탄생한 작은 구간들이 각각 이진법의 실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즉, LLL=0.000(₂), LLR=0.001(₂), LRL =0.010(₂), … , RRR=0.111(₂)의 대응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간의 수는 2의 거듭제곱으로 증가하여 구간 나누기를 10번 시행하면 1024개의 정보를 나타낼 수 있고, 30번 시행하면 2³0=107 3741824이므로 10억7374만1824개의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간 나누기를 몇 번 더 반복하면 인간이 다루는 정보량보다 많은 수(거의 무한히 많은 수)의 미세 구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논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밀도를 가진 눈금을 새길 수 있다고 가정한 사실에 주목하라) 따라서 인간이 다루는 어떤 정보를 정수로 표현하고, 그 정수를 이진법의 정수(이것은 기호 1과 0의 숫자열 또는 문자열이다)로 바꾸어 표현하고, 그 숫자열을 소숫점 아래에 나열하면 결국 그 정보는 0과 1 사이의 이진수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이진법의 정수 11010110(₂)으로 표현된 어떤 정보는 이진수 0.11010110(₂)에 대응된다. 이렇게 표현된 어떤 정보의 소숫점 아래 숫자열(자리수)이 아무리 길더라도 구간을 나누는 일을 몇 번 더 반복하여 정보 표현의 ‘최소 단위 눈금’을 설정하기만 하면 그 정보를 어느 하나의 미세 구간에 대응시켜서 나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