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냄새가 안 난다!”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그라츠의 한 버스 정류장. “부릉” 하고 버스가 떠나는 데 매연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약간 고소한 듯한 향기가 났다. 100%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달리는 버스다. 인구 25만의 그라츠를 달리는 152대 모든 버스의 연료가 똑같다.

이곳에 17년째 사는 교민 김춘영(40·독일어 강사)씨는 “자전거 타고 버스 뒤를 따라가면 얼굴에 더운 바람만 ‘훅’ 느껴지는 정도”라며 “사실 버스가 뭔가를 내뿜는다는 걸 의식하지 못할 때도 많다”고 했다.

버스 한 대에 올랐다. 34년간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는 에두오르 보트루바(Wotruba·54)씨는 “10년 전 폐식용유 버스를 처음 몰 땐 시동 걸면 감자튀김 냄새가 심하게 났다”며 “이젠 냄새 자체가 거의 없고, 성능도 보통 디젤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1994년 버스 2대로 시작한 그라츠의 탈(脫)석유 실험은 이제 시의 모든 버스를 ‘콩기름 디젤유’로 달리게 만들었다. 이곳의 택시회사와 화물회사도 바이오디젤유 사용량을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변화의 원동력은 ‘시민의 힘’이다. 가정과 식당이 모으는 폐식용유가 ‘녹색 대중교통 혁명’을 일궈낸 것이다.

그라츠의 한 중산층 가정. 튀김요리를 마친 크리스틴 발처(Walzer·여·47·도자기 공예가)씨가 프라이팬에 남은 폐식용유를 하얀 통에 조심스레 붓는다.

“매번 불편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녀는 “폐식용유는 석유만큼이나 환경에 나빠 그냥 버리면 안 돼요. 싱크대에 붓든 통에 붓든, 어차피 똑같이 붓는 거 아닌가요?”라고 했다. 폐식용유를 모아 수거 차량이 오면 실어 보내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째 접어들었다. 1년에 5리터 정도 모아 주는데, 대가는 없다.

그라츠의 재활용 쓰레기 처리회사 ‘AEVG’의 폐식용유 수거장에서 만난 포피에 주레(Jure·42)씨는 폐식용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왔다. 4㎞쯤 떨어진 집에서 차를 몰고 왔단다. 주레 씨는 “온 김에 다른 재활용품도 함께 버려서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가 묵은 ‘그란트 호텔 비즐러’ 주방에 들어가 보았다. 탁스 데이비드(David·23)씨가 폐식용유를 한데 모은 커다란 통을 보여줬다. 그는 “매일 오전 9시쯤 수거차량이 폐식용유를 가져가는데, 1주일에 100리터쯤 나온다”고 말했다.

그라츠에서 이렇게 모아진 폐식용유는 연간 280t.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지역의 패스트 푸드점 맥도날드 170여 곳에서 모은 폐식용유와 합쳐 그라츠 버스의 연료를 모두 댄다. 그 결과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 양만 6600t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