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개봉한 영화 ‘갓센드’는 ‘프랑켄슈타인’(1994년)에서 괴물로 나왔던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21세기 프랑켄슈타인이나 다름없는 생명공학자로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다. 갓센드는 산부인과 전문의 리차드 박사가 운영하는 생명공학 연구소 이름으로, 복제 후 생길 수 있는 개인의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윤리 문제를 되짚어볼 수 있는 영화다.
리차드 박사(로버트 드니로 분)는 불의의 교통 사고로 아들을 잃은 던칸 부부에게 접근한다. 자신은 부부의 고통을 덜어줄 복제 기술을 완성했으며, 72시간 안이라야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가 가능하다며 결정을 재촉한다. 생물학 교사인 폴 던칸은 부인 제시에게 복제 아이는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체이니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갖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제시는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며 아담과 똑같은 아이를 되돌려 받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기술의 핵심은 분화된 세포에 자극을 가해 분화 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뺨세포 핵을 적출된 난자에 주입, 난자 세포가 제공된 핵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자연이 그 과정을 밟도록 놔둔다.”는 나레이션이 흐르며 복제 인간 아담(카메론 브라이트 분)이 탄생한다. 복제 탄생 8돌을 맞던 생일날, 아담은 왠지 모를 인격적 변화가 찾아온다. 예전의 아담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박사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8세를 지나며 아담에게 생길 수 있는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8번째 생일 이후 아담은 다른 아이의 기억과 악몽에 시달리며 점점 더 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살인에 대한 기억과 공포, 동시에 시시때때로 살인 충동을 느끼며 전혀 다른 개체로 변화하는 것이다. 불타는 학교 건물 그림, 숲 속 헛간에서 넋이 나간 채 허공을 응시하던 모습, 학교에서의 이상 행동과 같은 반 친구인 로이의 살해에 이르기까지 아담은 날이 갈수록 기이한 행동으로 주위를 불안하게 만든다.
로이의 장례식 때 폴은 리차드에게 복제의 비도덕성을 언급하지만 이 일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과학의 쾌거라고 말한다. “복제는 단지 실험일 뿐, 실험이 실패했다면 폐기 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덧붙이는데, 이것은 과학자의 윤리 의식과 관련해 정곡을 찌르는 대사다. 리차드가 폐기(안락사)를 언급하자 폴은 더이상 아담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리차드는 폴을 공격하며 “내가 아이와 집, 직업 등 모든 것을 주었노라.”외치며 마치 신이라도 된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이의 신변에 위협을 느낀 폴은 서둘러 다른 마을로 이사한다. “여기는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희망사항’을 말하지만 아담의 표정은 섬뜩하기만 하다.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 리차드 박사가 실종되었다는 기사가 스쳐지나 가지만 박사의 생명이 살아있는 한 생명 실험이 거듭될 것은 자명하다. 6개월 후 신문을 살피다 교통사고 기사를 접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박사의 표정은 또 다른 피실험자를 찾겠노라는 암시 아니겠는가?
과연 생명공학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연구인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속도를 붙이는 연구 과정과 자칫 나타나기 쉬운 연구자의 윤리 의식 마비는 고삐풀린 수레, 위험한 경사길을 보는듯하다. 이외에도 복제 인간의 정체성과 과학자의 윤리를 환기해 볼 수 있는 영화로는 ‘브라질’,‘6번째 날’,‘할로우 맨’,‘블루 프린트’ 등이 있다.
더 생각해볼 거리
① 물리학 윤리, 화학 윤리라는 말은 생소한 데 반해 생물학(생명공학)은 왜 윤리를 필요로 할까?
② 21세기 생명공학은 생명의 착취, 생명의 상품화라는 문제 외에도 인간의 몸 뿐만 아니라 정신세계까지도 바꿀 수 있는 소지가 크다. 이외에도 생명공학이 인간 관계와 사회 전반에 가져올 변화와 갈등에 대해 논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