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1짜리 자폐아를 둔 엄마다. 자폐아를 키운다는 것은 늘 손에 뒤엉킨 실타래를 들고 서 있는 것과 같다. 항상 마음 졸이며 살았지만 아이가 지난해 들어 갑자기 대형마트에만 가면 정신없이 시식코너를 돌며 햄, 고기 등을 계속 먹어대는 바람에 일대가 소란스러워져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여름 우연히 ‘언어치료사 특별강좌’에 참가했다가 지도교수의 가르침에 따라 아이를 지도해보니 한 달 남짓 만에 아이의 고기 시식병이 씻은 듯 가셨다.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아이 증상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자폐 등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우리나라에서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이민을 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자폐아나 정신지체아도 일찍 전문치료사의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지도를 받으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전문인력이 여러 해에 걸쳐 하루에도 몇 시간씩 장애 어린이에게 개별적으로 맞춤형 지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그야말로 집 팔고 땅 팔고 직장까지 때려치우면서 아이한테 매달려도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현실적인 대안은 장애아의 부모가 일정한 전문교육을 받고 직접 자신의 자녀를 돌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장애 어린이 부모를 위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서울시립아동병원(http://childhosp.seoul.go.kr)이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아동 자해행동 치료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자폐나 정신지체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자폐·정신지체아 부모교실'강좌를 연다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의과대학 장애아동병원에서 행동심리학 박사후 연수를 거친 연세대 원로 교수와 소장학자가 함께 손잡고 자원봉사로 강의에 나선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크다. 두 분 중의 한 분이 바로 아들의 고기 시식병을 고쳐준 분이다. 많은 장애아 부모가 이 교실에 참여해 자녀 걱정을 덜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