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남매를 두고 있는 목동의 구희순(가명·52)씨 가족들은 요즘 식사시간에 자주 티격태격한다.

요인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음식 맛, 구 씨가 국이 싱거운것 같아 소금으로 간을 더해 맛을 맞추면 가족들은 꼭 짜다고 불평해 온 것.

국 뿐이 아니라 요즘 봄나물 무침을 반찬으로 내놓아도 짜다고 핀잔 듣기 일쑤다. 구 씨의 입맛에는 분명 짜지않고 알맞게 요리된 것 같은데, 왜 가족들은 자꾸 짜다고 하는 것일까?

과연 나이가 들면 입 맛이 짜지기라도 하는 것일까?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이승남 이사는 "대개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입이 쓰게 느껴져 음식의 간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며 "특히 단맛을 느끼지 못해 갈 수록 단 것을 찾게 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입맛 변화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한 원인. 이승남 이사는 "왕성히 분비되던 각종 호르몬이 노화에 따라 사그라지면서 여러 감각도 둔해지는데 미각도 그 중 일부에 해당 한다"며 "호르몬 분비저하로 침샘이 마르는 것도 맛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구 씨의 사례처럼 엄마들의 음식 간이 간혹 가족들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

식습관과 더불어 사람의 입맛은 건강의 근본이 된다. 소위 입맛을 찾았다는 뜻은 식욕이 왕성해 졌다는 의미, 또한 나이들어 입맛이 변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몸의 상태에 따라서도 입맛이 변하기도 한다. 이는 즉 쓴 맛, 단 맛, 신맛 등의 입 맛이 건강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입맛의 이상이 내장의 이상?

분명 쓰지 않은 음식을 먹는데도, 내 입맛엔 왠지 쓴맛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프거나, 기운이 없을 때 는 입맛에 변화가 가장 먼저 찾아 온다. 이러한 입맛의 이상은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 단순히 혀의 질병이 아니라 내장에 생긴 이상의 반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사상체질과 이의주 교수는 "입맛은 대개 혀의 미각세포에서 맛을 느낀 후 뇌신경의 미각신경에 의해 맛을 인지하게 된다"며 "입을 통해 느끼는 맛은 내장과도 관련성이 있는데 특히 비위장의 기능에 의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입 맛은 뇌의 미각신경, 혀의 미각세포 이외에도 비위장을 중심으로한 내장기능의 상태에 의해서도 변할 수 있다는 것.

스트레스, 과로, 음주, 기름진 음식, 노화 등에 의해 비위장의 손상을 비롯해 내장기능 손상(내상)을 입게 되면 전신적인 피로 현상 외에 입맛도 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의주 교수는 "만일 이들이 간장에 영향을 줘서 기능항진 현상이 생기면 입맛이 시게 느껴지며 심장의 기능에 영향을 주면 입이 헐고 쓴맛을 느끼게 된다"며 "또한 비위장에 그대로 영향을 주게 되면 결국 입에서 단 냄새가 나고 입맛 또한 달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는 입안에서는 신맛이 느껴지는 것은 간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것. 그 결과 위에서 위산분비가 증가해 신트림이 신물이 올라오고 심하면 속이 쓰려진다.

또한 폐장의 기능에 영향을 주면 목구멍에서 비린내가 나고 매운 맛이 난다. 신장의 기능에 영향을 주면 입이 소태처럼 짠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의주 교수는 "입 맛과 내장 이상의 관련성은 아직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내장증후군(동일한 패턴을 가진 증상군)과 설진, 맥진, 체질 등을 고려해 몸 상태를 진단해 볼 수는 있다"고 전한다.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왜?

이러한 입맛의 변화 및 이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간혹 '입맛이 뚝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잃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입맛'. 실제로 봄에 입맛 없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이는 왜 그럴까?

입맛이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의학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다만 겨울 동안 움츠려 들었던 신체가 따뜻한 날씨로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몸에는 이에 적응하기 위한 피로감이 쌓인다"며 "이 때문에 춘곤증과 같은 졸음이나 입맛의 변화 등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계절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입맛이 떨어질 때는 대개의 경우, 몸의 아연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재경 교수는 "아연은 생물체의 성장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물질로 신진대사가 활발한 곳에 많이 분포하는데 특히 혀의 미뢰 부분에 많이 분포해 미각과 관련있는 성분이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입맛이 떨어진 경우라면 아연이 부족하다는 영양의 불균형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입맛을 되찾을 수도 있다.

아연이 많이 들어간 식품에는 굴과 조개류, 소·돼지·닭의 간, 현미나 깨 등의 눈 부분, 쇠고기, 방어, 복어, 어란 등의 어류, 무, 순무 등의 잎이나 파슬리 같은 녹색 야채, 알집, 팥, 매실 등이 있다.

당뇨 등의 신장 질환이나 신경계장애가 있을 시에도 갑자기 입맛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혈압 강하제나 해열진통제, 해독제를 복용한 경우, 입에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입맛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