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요? 그저 안 나가길 바라는 마음뿐이죠.”
2007 프로축구 K리그 등록 선수 537명 가운데 ‘최고령’ 등록 선수는 대구 FC의 정기동(46) 플레잉 코치다. 변병주 대구 감독과 동갑인 그는 올 시즌 대구FC의 네 번째 골키퍼로 활약하게 됐다. 하지만 감독도 구단도 16년 만에 다시 선수등록을 한 노장의 출전을 바라지 않는다. 정 코치가 장갑을 낀다는 이야기는 ‘넘버 원 투 스리 골키퍼’가 모두 유고(有故)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대구는 골 문이 텅 빌 뻔했다. 후보 골키퍼 김태진과 김지운이 각각 허리와 어깨를 다치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백민철 한 명으로 후기리그를 버텨야 했다. 백민철은 손가락이 찢어져도 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올 시즌 대구는 수준급 골키퍼 보강을 원했지만, 시민구단의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새로 영입한 신인 골키퍼 김영무와 김명광은 아직 실력 검증이 안 된 상태. 결국 최종준 대구 단장이 “그래도 정 코치가 하는 게 낫지 않냐”며 등을 떠밀었다.
정기동 코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표 출신이다.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부터 포항제철의 골 문을 지키며 조병득 수원 코치, 고(故) 오연교 전 전남 코치와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활약했다. 정 코치는 “슈퍼리그 초창기에 전성기를 맞았고 덕분에 대표에도 뽑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른 살에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지만, 2002년까지 포항 골키퍼 코치를 지냈다. 2006년엔 독일 월드컵 대표팀 골키퍼 코치도 맡았다.
정 코치는 “선수들을 가르치며 매일 공을 만지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골키퍼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4년 FC 서울의 골키퍼 신의손은 당시 44세의 나이로 컵 대회 7경기에 출전하며 ‘40대’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코치는 “솔직히 그라운드에 나서는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며 “출전한다 해도 16년 전에 비해 공의 탄력과 회전이 훨씬 좋아져 고생할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