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벌똥 소동’이 벌어졌다.
27일 오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한국도로공사에서 청계산 가는 방향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는 예외없이 좁쌀만한 겨자색 이물질 수십여개가 묻어 있었다. 차량뿐만 아니라 이 일대 비닐하우스, 주택 장독대 위에도 떨어져 있었다. 이 마을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인호(49)씨는 점포 앞에 세워둔 승용차를 타려다 차 지붕과 창문에 흩뿌려진 이물질을 보고 당황했다. 김씨는 비행기들이 하늘을 날며 화장실 오물을 투척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다 이물질에서 고약한 인분 냄새가 풍김에 따라 2~3㎞ 떨어진 군용 비행장 수송기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 이를 시청에 문의했다. 하지만 낙하 이물질의 정체는 이 마을 양봉장 꿀벌의 배설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토동의 한 통장은 “날 풀리기 시작하면 말도 못할 정도로 벌똥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심지어는 사람이 맞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양봉장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이종근(82)씨는 “봄이면 인근 3~4곳 양봉장의 벌들이 나와 한번씩 배설을 한다”며 “이 마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이해하지만 외지인들은 아마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과학기술원 양봉연구실장 이명렬 박사는“겨울철 벌집에서 생활하던 벌들이 이상고온현상으로 예년보다 보름정도 빨리 벌통 밖으로 나와 노폐물을 배출하고 있다”며“꽃가루 성분이 대부분이며 독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벌똥에 대해선 2001년 김포공항 주변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동을 겪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