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외대부속외고 2학년 김종수(17) 군은 얼마 전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존스홉킨스 대학에 합격했다. 나이로는 2학년이지만, '조기졸업제'를 통해 3학년 전과정을 이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군은 "2학년 때 3학년 과정까지 공부하느라 잠 못 자는 날이 많았지만, 의학자라는 꿈에 한 걸음 더 일찍 다가갈 수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김 군처럼 경기도 내에서 조기졸업에 성공한 학생은 2004년 65명, 2005년 85명, 2006년 100명으로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1년치 시간과 학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다, 그만큼 사회진출 준비기간도 늘어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학교에서 조기졸업이 가능한 건 아니다. 현재 조기졸업은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는 제도. 경기도 내 조기졸업이 가능한 학교는 경기과학고(수원), 의정부과학고, 용인외대부속외고, 수성고(수원), 초지고(안산), 의정부고(2007년부터) 등이 있다. 이들 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거나,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조기졸업 기준을 먼저 알고 전략을 세워보자.

■과학고는 과반수 이상이 조기졸업

조기졸업 기준은 학교마다 다르다. 2년 내에 3학년 과정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는 조건만은 같다. 먼저 경기과학고는 2학년 진학 후 30일내에 '조기졸업 희망자'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격이 따로 없어 학년 정원 100명 거의 모두 신청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2학년 말, 3학년이 보는 기말고사와 같은 시험을 추가로 본다. 이 시험에서 전과목 평균 60점이 넘어야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 진학이 확정돼야만 한다. 대학이 확정되지 않은채 졸업하면, 그 장점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의정부과학고도 비슷하다. 2학년 초 희망자를 받고, 2학년 말 3학년 이수인정평가를 본다. 역시 전과목 60점이 넘어야 한다. 사실 가장 확실한 조기졸업 방법은 KAIST에 합격하는 것. KAIST 관련 법령은 이곳에 합격만 하면 조기졸업을 인정하도록 돼 있다. 경기과학고 신성수 교무부장은 "정원 100명 중 80%가 조기졸업을 하고, 이중 50%가 KAIST에 진학한다"고 밝혔다.

학업수행능력 우수자들 사이 고교조기졸업이 확산되고 있다. 본격적인 학문연구와 진로개척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정진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올해 6명을 조기졸업시킬 용인외대부속외고의 2006학년도 입학식 광경

■외고, 일반고 조기졸업 전략

과학고는 교과과정 자체가 속진과정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3학년 과정을 2학년 내에 배우게 된다. 그러나 외고나 일반고는 조금 다르다. 3학년 과정을 따로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교내 다른 동기생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부분 전교 2~3% 내에 드는 성적이 필요하다. 올해 6명을 조기졸업시킨 용인외대부속외고의 경우 2학년 진학 전 2월까지 조기졸업반이 구성된다. 교내 부장교사, 담임교사로 구성된 학점이수위원회가 희망자의 내신성적, 수상실적, 학업능력, 성실성 등을 참고해 선정한다. 5점 만점으로 환산한 1학년 내신성적이 4점을 넘어야 하고, 한 과목이라도 ‘양’ ‘가’가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선정된 조기졸업반은 아침 자율학습시간, 점심시간, 야간자율학습 시간 등을 활용해 3학년과정 수업을 따로 받게 된다. 2학년 말, 조기졸업인증시험에서 전과목 80점이 넘어야 한다.

수원 수성고등학교는 입학 2개월 내에 선발고사 60%, 입학성적 20%, 학업성취도평가 20%를 기준으로 40명 안팎의 조기졸업반을 구성한다. 한 학기에 두번의 중간평가를 거치는데 평균 60점에 미치지 못하면 중도 탈락된다.

안산 초지고등학교도 1학년 입학 1개월 후 조기졸업반 시험을 시행한다. 이 시험에 통과하면 특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관문은 계속된다. 매달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80점이 넘어야 하기 때문. 이 시험에서 한번이라도 기준에 미달하면 도태된다.

■조기졸업의 장단점

조기졸업의 좋은 점은 일단 “남들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초지고 김후권 교감은 “배워야할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고등학교 과정을 빨리 마쳐야 학사를 빨리 마치고, 석박사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의학전문대학 등 대학원 중심 시대가 오면 그 필요성이 더 커진다는 것.

그러나 특별한 각오나 영재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기졸업에 실패해 3학년을 공허하게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용인외대부속외고 박하식 교감은 “2학년 때 아무 것도 안하고 공부만해도 힘든 일”이라며 “3학년 과정을 조기 이수한다고 해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허탈함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자녀의 재능과 성실성을 신중하게 판단해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