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중요성이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지난 4년간 노무현 대통령의 분열적, 파괴적 리더십에 넌덜머리를 낸 사람일수록 더 하다. 차기 대선이 내년 12월로 다가오고 있어, ‘좋은 리더’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는 우리 시대의 절대 명제다. 하지만 ‘선구안(選球眼)’이 뒷받침되지 않은 열망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할뿐이다.
‘통찰과 포용’은 미국 하바드 대학의 교육심리학자가 내놓은 리더십 책이다. 원제는 Leading Minds. 하워드 가드너(Gardner)는 20세기 리더 21명을 ‘성공한 이야기꾼’으로 정의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한 문화인류학자, 교육자 등 각계 리더 11명의 케이스를 분석한뒤, 같은 잣대로 정치 지도자 10명을 평가했다.
성공한 리더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들고 청중에게 다가갔고,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 명쾌했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해서 청중에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가드너가 집중 분해한 ‘11인’중 한 명인 마가릿 대처(Thatcher) 전 영국 총리는 통념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고 1979년 총선에 나왔다. 그는 사회주의적 기구에 대한 관용적 태도, 노동조합에 대한 양보 등 2차 대전 이후 정부들의 정책 기조를 공격했다. 집권에 성공한 그는 이후 10년간 영국인을 바꿔놓았다. 알프레드 슬론2세(1875~1966년)는 포드 자동차를 제치고 미 자동차시장에서 GM시대를 연 인물이다. 그는 그룹구조조정본부 등 새로운 기업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혁신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그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자본주의적 생활 옹호에 있었다. 그는 “산업발달이 인간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리더’로는 최근 미국 대통령중 제럴드 포드(Ford), 조지 부시(Bush)를 가드너는 들었다. 이들은 전임자들과 비슷한 가치 구현에 만족했다. ‘혁신적인 리더’로는 대처와 같은 평가를 받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샤를르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있다. 이들은 잊혀진 ‘이야기’를 다시 사람들 의식 속에서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Gandhi),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Monnet)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경우다. 이들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성공적으로 전파됐다.
그가 분석한 2차대전 당시 정치 지도자 11인은 집안 배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돌프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 전체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집안이 소외된 계층에 속했다. 이들에게선 해외 여행을 거부했다는 특징도 발견됐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毛澤東)이 여행 기회가 많이 있었으나 외국에 발을 거의 들여놓지 않은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것 자신의 세계관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여행을 일부러 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동시대의 다른 리더들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했고, 이로 인해 더욱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됐다.”
기업이나 국가나 모든 조직에서 리더에 크게 좌우된다. 리더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선구안’을 기르기 위한 추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잘못된 선택의 피해는 조직원들이 다 뒤집어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