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한국시간) NBA에서 또다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뉴욕과 덴버와의 경기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여 코트 위에 있던 선수 10명 전원이 퇴장했다. 지난 2004년 11월 디트로이트와 인디애나와의 경기에서 관중폭행사건 이후 불과 2년만에 터진 대형폭력사태였다. 덴버의 에이스인 카멜로 앤서니는 15경기 출전정지를 받았다. 당시 4쿼터 종료 1분을 남기고 덴버의 J.R 스미스가 레이업 슛을 할 때 뉴욕의 마디 콜린스가 목을 잡으면서 폭력사태로 번졌다.

하지만 진정한 원인은 이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경기 후반 '점수조절'이었다. 경기 막판 20여점 차로 앞서 있던 덴버는 주전 4명을 계속 기용했다. 뉴욕선수들은 불만이 폭발했고 결국 대형 사고로 커졌다.

큰 점수차로 앞서 있는 팀은 경기 막판 후보들을 기용하면서 상대팀에게 점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스포츠맨십이라 여기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야구에서 큰 점수차로 앞서 있는 팀이 도루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농구는 흐름의 경기다. 특히 수준이 높은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10~15점 정도는 2분 안에 좁힐 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런 불문율과 확실한 승리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감독들은 많은 고민을 한다.

실제 우리네 프로농구판에서도 '스코어 조절'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2003년 11월19일 열린 2003~2004시즌 정규리그 SK와 TG삼보(현 동부)의 경기. 당시 TG삼보는 9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고, SK는 최하위였다. 3쿼터까지 46-65로 19점이나 뒤진 SK. 당시 팀 분위기나 경기 당일 모습이나 SK의 대패가 뻔한 상황. 전창진 TG삼보 감독은 4쿼터 중반 TG삼보는 김주성 신기성 등 주전들을 모두 뺐다. 최하위를 달리던 SK에게 점수조절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전 감독의 보이지 않는 배려.

SK는 4쿼터 중반부터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경기종료 55초를 남기고 SK가 71-75까지 추격하자, 전 감독은 부랴부랴 다시 주전들을 모두 코트로 내보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와 함께 터진 황성인의 역전골로 SK의 승리. 스코어 조절을 위해 흐름을 스스로 끊은 전 감독은 어이가 없었고, 이상윤 SK 감독은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고 밝혔었다. 동기였던 전 감독과 이상윤 SK 감독은 한동안 이 사건으로 인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후문.


그래도 폭력사태를 유발한 NBA보다 '전창진 감독의 아픔'으로 끝난 KBL의 점수조절이 더 양반이다. < 체육부 기자ㆍsf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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