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요약의 부가 지침과 예시 사례〉

이번 주에는 요약의 기본지침에 4개의 부가지침을 더해 복잡한 요약문 쓰기를 실습한다. 정당화 문맥에는 기본요소(현안문제, 핵심어, 주장, 근거) 외에도 부가요소들이 ‘암암리에’ 포함되어 있다. ①현안 문제가 다뤄지게 된 배경 ②저자가 현안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③저자의 주장이 담고 있는 암시적 내용으로서 함축 ④글에 전제되어 있지만 겉으로 나타나 있지 않은 기본가정 등이다.

예시 사례

아래의 글에서 기본 요소와 부가 요소를 모두 찾아 형식적 요약문을 완성해 보자.

‘…당신이 해변을 걷다가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시계를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것을 들여다봄으로써 당신은 그 시계가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라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교한 사물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파도가 모래를 때림으로써 시계가 우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원숭이가 타자기 위를 아무렇게 뛰어 다님으로써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씌어졌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 뿐이다. 시계의 정교함은 그것이 지성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시계를 만든 지성적인 존재자가 있었기 때문에 시계는 존재한다.

생명의 세계를 한번 둘러보자. 생명의 세계에는 엄청나게 정교하고 환경에 잘 적응된 생명체들로 꽉 차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발견할 것이다. 사실 생명체들은 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리고 시계가 시간을 측정하는 일에 알맞게 되어 있듯이, 생명체들도 생존하고 복제하는 일에 매우 적합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생명체들이 그렇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잘 적응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파도가 모래를 때리는 것과 같은 제멋대로의 과정에 의해 우연히 난초들, 악어들,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엄청난 지성을 가진 창조자가 생명체라 불리는 대단히 정교하고 잘 적응된 기계들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최상의 설명일 것이다. 그러한 존재자를 우리는 ‘신’이라 부른다.…’

-윌리암 페일리 ‘자연신학’중에서

기본지침

①현안문제 : 생명체(생명의 세계)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②핵심어 : 지성(정교하고 복잡한 기계의 창조자), 창조(지성의 목적 실현 행위)

③주장 : 신이 생명체(혹은 생명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④근거 :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다. 시계는 그 목적을 가진 지성적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한다.생명체(생명의 세계)는 생존과 복제를 위해 만들어진, 시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다. 시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지성적 존재만이 이러한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존재자를 ‘신’이라고 부른다.

부가 지침

①배경 : 신의 창조 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즉 창조론을 이성적으로 옹호하려는 목적.

②관점 : 창조론 혹은 지적설계론(intelligence design)의 관점

③함축 : 생명체(생명의 세계)는 우연히 생겨나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조물주 신이 존재한다.

④기본가정 : 지성적 존재만이 어떤 목적을 갖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정교하고 복잡한 사물을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생명체도 만들어진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사물과 유사하다.

〈실습 문제〉

※아래 글은 고교 국어 교과서에서 발췌한 글이다. 기본지침 및 부가지침에따라 요약하라.

〈개념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한국적인 공간 개념의 특징을 찾는 데서 시작되었다. 공간 개념은 보편적인 것이면서도 각 문화권마다 특유의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생각했으므로 우리나라의 자연적인 조건들과 문화적인 여건들에 의해서 형성된 공간 개념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한 관심의 결과로서 얻은 것이 이미 발표된 바 있는 ‘궁극의 공간(ultimate space)’이란 개념으로 표현된 것이었다.

그것은 가장 ‘인공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다른 생물들처럼 단순한 생존을 계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간만도 아니고, 인간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역시 생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생산 활동 또는 경제 활동만을 위한 공간도 아닌 ‘제3의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창작 활동을 위한 공간, 조용히 명상하는 공간, 인간의 정신생활을 풍부하게 해 주는 여유의 공간을 뜻한다.

우리의 전통적 건축에서 문방(文房)은 특히 이러한 궁극의 공간 개념을 잘 나타내 준 것이라 생각된다. 〈중략〉 한국적 공간 개념에는 그와 같은 여유를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큰 공간일수록 좋다는 생각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왜 여유의 공간을 넓은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의 국토가 너무 좁기 때문이었을까? 넓은 공간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간단했었기 때문일까?

이러한 부정적 해답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적극적인 가치 부여를 한다면 거기에는 아주 중요한 사상적 근거가 전제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최대한으로 살피는 공간 개념을 근거로 하고 있음이 중요한 것이다.〉 ―김수근'건축과 동양정신' 중에서, (고등학교 국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