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구미 사이에 끼인 인구 11만의 경북 칠곡(漆谷)군. 칠곡읍은 오래 전에 대구 북구로, 인동면은 구미시로 편입되는 등 한때 군세(郡勢)가 축소 일로였다. 군청은 현재 왜관읍에 있다. 게다가 중심부에 100만평 미군 부대가 있어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 칠곡군이 ‘물류·유통의 메카’를 꿈꾸며 도약에 나섰다. 수출입화물 수송 거점이 될 영남권 내륙화물기지가 건설되고 있고, 동양 최대의 자동차물류센터도 유치했다. 이제 시(市) 승격까지 내다보고 있다. 권승갑 부군수는 “도시인지 농촌인지 불분명할 정도였지만, 이젠 물류를 테마로 내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긴 잠 깨고 ‘물류’로 도약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에 13만8000평 규모로 들어설 영남권 내륙화물기지. 2008년 완공 목표로, 이르면 이달 말 착공한다. 장·단거리 화물의 집결·배송을 위한 중계기지 겸 수출입 화물의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화물취급장 7동(棟), 배송센터 3동, 컨테이너 야적장 2만평, 그리고 주유소·정비소 등의 지원시설이 들어선다. 농협을 비롯한 8개 기업이 출자해 만든 ㈜영남권복합물류공사가 2437억원을 들여 만든다.
완공되면, 연간 일반화물 357만�과 컨테이너(6m) 33만개를 처리한다. 한 해 물류비 981억원을 절감하고, 4700억원어치 생산을 유발한다. 칠곡으로선 3600명의 고용효과와 7000명의 인구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내륙화물기지 건설은 국책사업이다. 칠곡 이외에 수도권(군포시 및 파주시), 중부권(청원군), 호남권(장성군), 부산권(양산시)의 6곳에 있다. 이 중 부산·장성·군포는 이미 운영 중이다.
칠곡은 현대자동차 복합물류센터(차량 출고장)도 유치했다. 2004년 임시로 칠곡군 종합운동장 부지에 들였다. 울산·아산·전주 등에서 만든 자동차를 받아 전국에 배송하는 곳으로, 내년 9월 왜관읍 삼청리의 5만2000평 부지로 옮기면서 입·출고장과 옵션조립공장도 갖추게 된다. 1만7000대를 하치(荷置)하고 월 7000대를 출고하는, 동양 최대 차량 출고장이다. 박영헌(45) 칠곡출고센터소장은 “칠곡은 교통이 사통팔달이어서 물류기지로 최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칠곡에는 삼성에버랜드 물류센터, 대우자동차 출고장, LG 물류센터, 하이마트 물류센터, 진로유통센터 등 10개가 넘는 대형 물류센터가 있다.
◆사통팔달의 영남권 교통 중심
칠곡은 경부선 철도와 경부 및 중앙고속도로, 그리고 국도가 촘촘하게 연결돼 전국 어디든 쉽게 간다. 부산과 수도권은 물론, 경북 북부를 지나면 강원과도 직결된다. 또 성주·고령 등 경남권, 그리고 왜관공단·성서공단·달성공단도 지척이다. 여기에다 화물기지 완공에 맞춰 각종 교통망을 확충하고 있다. 화물기지 진입로(3㎞)와 신동역~기지간 철도(5.4㎞)를 신설하고, 왜관~성주 및 약목~김천 간 국도는 확장한다. 기지~대구 간 광역도로도 만들 예정이다. 칠곡군 박세문 경영개발담당은 “교통 요충이지만 물류도시로 거듭나려면 교통망 보완은 필수”라고 말했다.
◆활력 넘치는 청·장년의 도시로
칠곡군은 올해를 시 승격 추진 원년으로 정했다. 지난 8월 기획단을 출범시켰고, 석적읍과 왜관읍을 ‘칠곡읍’으로 통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주민의견 조사 결과 89%의 찬성을 얻었다. 인구도 늘고 있다. 2000년 10만1549명에서 작년 11만명이 됐고, 이후 현재까지 다시 4000명이 증가했다. 경북의 13개군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다. 특히 25~44세 청·장년이 40%(경북 평균은 32%)를 차지한다. 한 마디로 활력 넘치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집값 덕에 구미공단 근로자들이 많이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칠곡군은 “수년 안으로 인구 15만을 넘기면서 시로 승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