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회 논설위원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둑에 조력(潮力)발전소를 짓고 있다. 3500억원을 들여 2009년에 공사를 끝내면 거기서 인구 50만명 도시를 움직이는 전력이 나온다. 조력발전소는 석탄·석유를 때지 않는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도 뿜어내지 않는다. 같은 양의 전력을 얻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돌리는 것과 비교해 연간 31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게 된다.

요즘 세상엔 이런 ‘CO2 감축 실적’을 사고팔 수 있다. ‘CO2 배출권 거래시장’에 내놓으면 된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작년 1월 문을 연 유럽거래소(European Trading System)이다. EU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1만2000개 기업을 골라 각각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할당해줬다. A 기업이 할당량은 100t인데 80t만 배출했다면 20t만큼 추가배출할 권리를 갖게 된다. 반대로 B기업의 할당량이 150t인데 실제로는 180t을 배출했다면 B 기업은 어딘가에서 30t의 배출권을 사들여 ‘CO2 장부’의 대차(貸借)를 맞춰 놓아야 한다.

EU 기업들은 유럽 밖 기업에서도 감축실적을 사들일 수가 있다. 이럴 때 시화조력발전소가 ‘내 것 사시오’라고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은 아직 안정이 안 돼서 가격 등락이 심하다. 보통은 t당 20유로선에 거래가 많이 됐는데 요즘엔 8유로까지 떨어졌다. t당 평균 10유로로 잡으면 시화조력발전소는 매년 300만유로(약 36억원)의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유럽의 CO2 시장에서 작년엔 72억유로어치(3억6200만t)가, 올해는 11월까지 178억유로어치(8억7400만t)가 거래됐다.

장래엔 개인 또는 가정 단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때가 올지 모른다. 영국 환경장관 데이비드 밀리번드가 지난 7월 그런 아이디어를 냈다. 각 개인에게 똑같게 이산화탄소 배출권리를 할당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CO2 카드’를 내야 한다. 주유소 종업원은 신용카드에서 기름값을 결제하면서 동시에 CO2 카드에서 CO2 할당량을 공제한다. 전기료를 낼 때, 비행기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할당량을 초과해서 CO2를 쓴 사람은 그 다음달에 모자라는 배출권만큼 ‘CO2 시장’에서 사서 메워 놔야 한다. 벌금이나 마찬가지다. 할당량보다 덜 쓴 사람은 그만큼을 팔 수 있어서 좋다.

개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서 각자에게 온난화를 악화시킨 만큼의 책임을 지우자는 생각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황진택 상무는 지난 10월말 뉴욕의 국제환경회의에 참석하면서 ‘CO2 배출권’을 69달러 주고 샀다. 뉴욕까지 비행기 왕복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벌충한다는 뜻이었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황 상무처럼 자발적으로 배출권을 샀다. 주최 측은 그 돈을 모아 유럽 CO2 시장에서 500여t의 CO2 배출권을 사서 배출권 증서를 소각했다. 배출권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이 억제된다.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 재보험사인 스위스리, 미국의 나이키 등은 임직원이 비행기 여행을 할 때마다 CO2 배출량에 해당하는 돈을 기금으로 모아 청정에너지 사업에 쓰고 있다.

세계는 이렇게 온난화를 막겠다고 별의별 방법까지 다 고안해내고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따져 세계 9위의 국가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제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온난화 책임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바깥 세상이 변하는 것에 눈은 뜨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