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통합 교과형' 또는 '다면 사고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최근의 대입 논술고사는 개별 교과목에서 습득한 지식들을 통합,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글을 쓰거나, 특정한 주제에 대한 창의적 견해를 논증적으로 서술하기를 요구한다. 그에 걸맞게 교과 영역을 넘나드는 주제와 다양한 텍스트가 등장한다. 또 써야 할 글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그러므로 예상 논제와 관련된 지식들을 단순하게 주입하거나 예상 문제와 모범 답안을 암기하게 하는 식의 고전적인 논술 대비 방법은 이제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이러한 논술 고사에 근본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 교과 영역을 망라하여 관련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들을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실습하게 될 글쓰기 과정은 바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교과서나 고전 등의 관련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여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글(요약)'을 쓰고, 또 그렇게 요약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글(논평)'을 실습한다. 그런 다음 현안 문제에 대한 대안 혹은 새로운 해결책을 창의적으로 모색하여 이를 '논증적인 글(에세이)'로 표현해 본다.
이러한 단계별 글쓰기 과정을 통해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동시에 폭넓고 심층적인 사고 능력을 배양할 수 있고, 또 이렇게 배양된 사고력을 바탕으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다변화된 평가 영역과 예상하기 힘든 통합교과적 논제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예 창작과 달리 논술에는 주어지는 텍스트나 정보에 대한 올바른 이해, 즉 '올바른 텍스트 읽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실습 프로그램은 읽기와 쓰기를 병행하고, 또 점진적으로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도록 하는 단계별 과정으로 구성했다.
1) 요약 summary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 내용을 포착하여 정리하는 글이다. 이는 다시 형식적 요약과 비형식적 요약으로 나뉜다. 전자는 텍스트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여 이를 논증적으로 재구성하는 글이며, 후자는 글의 중요 내용을 몇 개의 문장으로 축약하는 일반적 요약을 말한다.
2) 논평 comment
논평은 주어진 텍스트를 논리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글이다. 텍스트에 대한 요약을 먼저 한 후에, 요약문을 중심으로 그것이 정당화의 필요 충분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결함이 있는 경우) 그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낸다.
3) 에세이 essay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특정한 주제 혹은 현안 문제에 대한 정당화 문맥을 산출하는 일이다. 에세이는 구성 방식에 따라 '문제 해결형'과 '논평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스스로 현안 문제를 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적절한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형태의 글이며, 후자는 논평을 확대하여 텍스트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대안을 제시하는 글이다.
※다음 주엔 요약 지침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요약문 쓰기를 실습합니다.
글 비판과 함께 대안책도 생각할 것
●요약의 예
논제 1. 위 제시문을 40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2008 서울대 2차 예시문항〉
문제1. 최만리가 한글 창제를 반대한 이유를 중심으로 지문을 요약하시오.(40점)
〈2007 가톨릭대 수시1 교과성적우수자 전형 논술고사〉
●논평의 예
문제1. 위 제시문들은 정의와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다)의 요지를 밝히고 (200자 이내) (라)의 관점에서 (다)의 견해를 비판하고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정의와 효율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60점)
〈2007 고려대 수시1학기 인문계 논술고사〉
Ⅰ. 〈제시문 1〉과 〈제시문 2〉 각각의 핵심내용을 설명하시오.
Ⅱ. 〈제시문 1〉의 입장에서 〈제시문 2〉의 입장을 비판하고, 〈제시문 2〉의 입장에서 〈제시문 1〉의 입장을 비판하시오.
〈2006 성균관대 수시2학기 인문계 논술고사〉
●에세이의 예
문제2.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요지를 응용하여 〈제시문 다〉의 사회역사적 의미를 현대적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750~800자, 125점)
〈2007 한국외대 수시1 외대프런티어 Ⅰ전형 논술고사〉
(원만희·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글쓰기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