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한 국회의원이 문화일보에 연재 중인 이원호의 '강안남자'가 선정성이 심하다고 비판하면서 작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냐, 소설이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헤쳤느냐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곧이어 청와대가 문화일보를 절독하자 언론을 탄압하는 행위라며 시민 사회와 야권이 항의했다. 쟁점이 소설의 선정성 문제에서 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옮겨갔다.



논쟁 첫 번째 : 예술이냐, 외설이냐

예술 외설 논쟁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가까이는 마광수의 소설,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등이, 1950년대에는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세인의 관심을 받았다. 극단적으로 재판장까지 이어진 논쟁은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웃음거리로 변했다. '자유부인'은 나중에 시대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인식한 소설로 인정됐다. 이런 차원에서 '강안남자'는 남성 독자들의 취향을 잘 반영한 소설로 평가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시청 연령 표시제와 영화등급제가 시행되는 마당에서 지나친 음란성은 사회문제가 된다. 시청률과 구독률을 추구하는 신문과 방송의 상업성은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고, 청소년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과연 청소년을 자녀로 둔 문화일보 관계자들이 자사 신문을 가정에 가지고 갈 수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인터넷 동영상과 만화의 외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설 '강안남자'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초래한다.


강방식

논쟁 두번째 :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냐, 정권의 언론 탄압이냐

청와대 직원들도 엄연한 독자로서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청소년의 정서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신문을 끊었다. 미래 세대를 책임질 청소년의 맑은 영혼을 수렁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청와대는 가졌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의 실용성만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윤리성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 출범 시 문화일보는 대통령 단독 인터뷰를 하는 등, 원만한 관계가 형성됐다. 문화일보의 논조가 변하면서 단독 인터뷰 이전부터 연재되던 소설을 문제 삼는 것은 언론 탄압이다. 백 번 양보해서 소설의 선정성이 심하더라도 시민 사회가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해결할 사안이다. 북한 핵실험과 PSI 참여, 한미 FTA, 부동산 대책 등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해도 능력과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강방식·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강사 jeju19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