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을 '빨간 모자' '산 다람쥐' '발바리' 같은 귀여운 속칭으로 부르는 것은 성폭력에 대한 관용이다."

"된장녀(허영심 강한 여자)-어좁남(어깨 좁은 남자/왜소한 신체를 비웃는 말) 같은 성차별적이고 비하적 표현을 거침없이 쓰는 인터넷과 방송 언어가 큰 문제다"

"쭉쭉빵빵 레이싱 걸, 가슴에 털 많고 아주 실한 총각, 울끈불끈 가슴 근육(이상 모두방송)이란 성적 표현이 심하다."

"처녀작, 처녀 출항 같은 말은 순결 이데올로기를 확대 전파한다. '첫'이란 말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여성 인권이 확대되고 우리 사회 곳곳의 성 차별에 대한 비판 의식이 커지면서 언론의 성차별적 시각과 언어를 바로잡자는 관심이 학계와 언론계에서 함께 높아지고 있다. 방송과 인터넷이 성차별적이고 비하적인 언어를 거침없이 퍼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국여성학회(회장 윤형숙 목포대)와 중견언론인 모임 관훈클럽(총무 김창기)이 10~11일 이틀간 연 '성인지(性認知) 시각과 언론보도' 세미나에서는 매체의 성 차별적 시각과 언어에 대해 여성학자들과 현장 기자들의 격론이 오갔다. 앞서 9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성평등 미디어 언어개발 토론회'에서는 방송 오락 프로그램과 인터넷 등에서 발견되는 성차별적 언어와 여성 비하 등을 어떻게 다른 말로 바꿀 수 있을지 대안이 제시됐다.

10일 관훈클럽 세미나에서 조은 교수(동국대·사회학)는 "성 범죄 기사를 보면, 남자 성폭행범은 발바리니 다람쥐니 귀여운 동물 별명으로 부르는 반면 여자는 '꽃뱀'이라고 전혀 다른 언어로 부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남녀에 대한 비판의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 기사에서도 여성 정치인은 사생활과 외모 등으로 철저하게 탈(脫)정치화 시키는 등, 남성은 공(公)-여성은 사(私)라는 이분법의 틀이 깨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현아 교수(서울대·법학)도 "성매매, 호주제 이런 사회적 이슈를 여성 문제로 제한하는 분류틀에 문제가 있다"며 "성매매특별법이 처음 시행될 때 남자들에게 큰 피해가 일어나는 것처럼 '해외로 성매매 여행 급증'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비판했다.

이영자 교수(가톨릭대·사회학)는 "여성 영역을 가정-소비-생활에 집중하고 여성의 소비시장 확대에 기여하는 것이 언론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에 부합하는가"라고 물으며 "성차별주의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을 포함하는 사회적 핵심 이슈로 제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또 인터넷 뉴스 사이트와 포털에서 노골적으로 발견되는 성차별적, 성 비하적 언어와 뉴스 선택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어좁남' 같은 남성비하 발언도 인터넷·방송서 거침없이
미디어 성차별 언어 20일간 7천여개 발견… 인터넷이 절반

‘성평등 미디어 언어’는 지난 7월 10일부터 30일까지 신문 TV 인터넷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됐다. 이수연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모두 7570개의 성차별 언어가 발견되었으며 이 중 인터넷이 3481개로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여성비하는 주로 외모와 신체, 성적 표현으로 이뤄졌으며 신문 방송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을 정도로 두드러졌다. 이 연구위원은 ▲여류, 여성, 주부 같은 접두어 ▲OO녀 OO걸(girl)이나 OO남 OO맨 같은 말을 쓰지 말고, ▲여성=깜찍 청순 조신 섹시, 남성=강철 체력, 사나이끼리, 터프가이 같은 고정관념 표현도 피하자고 제안했다.